■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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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수능까지 망친 삶은 앞으로 좌절뿐일까요? 저는 주변 친구들, SNS, 인터넷 기사 등에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성공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최근 수능을 치렀는데 이마저 점수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은 이미 끝났고, 나는 영원히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 것이다’라는 생각이 맴돌면서 지워지지 않는 게 너무 힘듭니다.

A : 나만 부족하다 느끼는건 ‘편집된 환상’… ‘성장할 기회’ 있어

▶▶ 솔루션

세상은 결코 출신 집안이나 수능 점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인생은 훨씬 길고, 훨씬 다정하며,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합니다. 지금의 괴로움은 단지 점수나 결과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비교의 구조’ 속에서 너무 오래 살아온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늘 ‘평균’을 굉장히 높게 잡습니다. 강남에 집이 있고, 외제차를 몰고,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사람들을 ‘보통 사람’처럼 여깁니다. 마치 모두가 상위권 대학에 가야 하며, 모두가 말하는 그 관념 속의 성공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SNS는 그 압박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다들 잘 사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부족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라 ‘편집된 환상’입니다.

통계로 보면 현실은 훨씬 다릅니다. 전국적으로 집을 소유한 가구는 절반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수도권에 집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집을 소유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정도 갖춰진 사람의 기본 조건으로 치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은 사실은 전체의 약 14%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실제 통계와 우리의 관념의 차이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괜찮은 삶’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현실의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살 만하고, 훨씬 다정합니다. 병원이나 마트, 편의점, 학교, 도서관 같은 곳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 안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갑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타인에게 친절하고, 본인의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면 가끔 타인에게 각박하게 대하기도 합니다. 누구는 시험을 잘 봐서, 누구는 못 봐서 잠시 흔들리지만, 결국은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얻어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이어갑니다. 세상은 그렇게 균형을 이루며 흘러갑니다.

내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이 감정은 열등감과도 다릅니다. ‘나는 아직 다다르지 못했다’는 신호일 뿐, ‘나는 끝났다, 나는 부족하다’는 등 절망이나 병적인 감정도 아닙니다. 그 감정이 있다는 건 여전히 성장하고 싶고, 더 나은 나로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그 점수가 인생 전체를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인생 안에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와 ‘나만의 자리’가 있습니다. SNS가 우리를 협박하며 들이미는 세상보다, 현실의 세상은 훨씬 따뜻합니다.

권순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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