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으면 몸이 명당이지 명당이 아니고서야 해가 깃들 수 있나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나 다리를 길게 뻗어 올라가는 칡넝쿨도 그 아래를 기어가는 뱀도 그 위를 날아가는 박새도 그대로 자기 몸에 맞는 서늘한 명당이지

-지연 ‘돌날몸돌, 돌날같이’ (시집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독감이 기승인 모양이다. 친구 아이의 학교에선 한 학년 절반이 독감에 걸려 결석한 날도 있었다 한다. 한 번 걸리면 며칠씩 앓는다 한다. 감기쯤이야, 생각했다가 그게 아닌 듯하여 독감 주사를 맞았다. 병원 대기실엔 나 말고도 여럿이 있었다.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이 꽤 많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슬슬 열감이 올라온다. 으슬으슬 떨리는 것도 같다. 몸이 항체를 만드는 중인가 보다. 몸이란 얼마나 신비한가. 내 것이지만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내 장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 적이 없다. 그럭저럭 살 만하므로 제자리에 있는 거겠지 짐작할 뿐이다. 나는 내 두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각하고 회상하는지 알지 못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생각한다, 기억한다 말하고 있다. 항체를 만드는 건지 어떤지 열이 나는 이마를 짚으며, ‘나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란 나도 모를 존재이지. 몸뚱어리 하나 믿고 살면서 제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는 주제이기도 하고. 가장 건강한 상태는 몸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를 때라고 하지 않던가. 이처럼 이상(異常)이 생겨야 머리가 아프네, 팔다리가 쑤시네 하면서 제 몸을 인식하고 챙기려 하는 것이다.

요즘 부쩍 나는 몸을 생각한다.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다. 또래 친구들이 건강 챙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죽지 않으려고 운동하는 거라 하지 않던가. 나도 이참에 쉬고 있던 러닝이나 다시 시작해야겠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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