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미·러·중 核탄두 경쟁 본격화

탈냉전기 핵 군축시대 저물고

신냉전 시대 각국 핵 합종연횡

 

우라늄 농축 역량 역설 송민순

동맹친화 개발로 핵우산 보완

韓 핵능력은 북핵 대응에 긴요

미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핵무기 실험에 나서면서 신냉전 시대 핵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3년간 중단한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한 뒤 미국은 핵전력 핵심 자산 중의 하나인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했고 핵실험도 비임계 폭발 방식으로 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무인기 실험도 했다. 중국의 600기 핵탄두는 5년 후 1000기로 늘 것이라고 한다.

탈냉전 시대의 핵군축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핵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리는 순간 무력화했고, 이젠 ‘핵 합종연횡’이 대세다. 독일 등은 미국이 나토(NATO)를 통해 제공하는 핵우산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핵 공유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유럽의 양대 핵보유국인 영국·프랑스는 지난 7월 공동 핵 개발에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로 파키스탄을 유혹해 유사시 핵 억지력 제공 협정을 맺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일본과 독일,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을 꼽았다. 하지만 5개국의 핵 잠재력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어 제일 앞선 편이다. 독일도 우라늄 농축 능력이 있다. 한국은 핵무장 주장만 거셀 뿐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사우디,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첨단 제조업 능력 덕분에 핵 잠재력이 과대평가된 듯하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저서 ‘좋은 담장 좋은 이웃’에서 핵을 가진 북한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 잠재적 핵 역량이 필요하다며 우라늄 농축 역량 확보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핵을 ‘한반도의 암’에 비유한 뒤 “핵시설·물질을 제거하는 수술과 협상으로 해결하는 약물치료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북핵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보존 관리하려면 방화벽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핵 역량을 갖춰야 하고 우라늄 농축이 그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핵연료 주기 완성’이란 우회적 방식으로 잠재적 핵 능력을 역설하던 송 전 장관이 “우라늄 농축을 핵무기 개발 전 단계까지 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핵 잠재력이 있어야 핵을 가진 북한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란 점에서 ‘송민순의 핵(核) 커밍아웃’이라 할 만하다. 그는 한국의 핵 능력 보유가 미국의 핵우산을 보완하며 한국 방어 부담도 줄이는 동맹 친화적 해법이라는 논리로 미국 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와 국제정치학회가 지난 12일 주최한 한미동맹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일본정책연구대학원대 교수는 일본이 농축·재처리 능력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미국의 확장억제가 신뢰성 높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란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미국의 핵우산이 불안정해질 경우에 대비해 일본이 잠재적 핵 역량을 갖게 됐다는 그의 논지는 송 전 장관의 주장과 꼭 같다. 일본엔 유사시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7t이 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JFS)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지지하고,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연료 조달에 대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원잠과 우라늄 농축, 재처리가 모두 추진되긴 어려울 것이다. 행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가 갈리는 데다 의회 협조도 쉽지 않다. 현재 한미원자력협정 틀 안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20% 미만 우라늄 농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명운을 걸고 한다면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미국의 핵우산을 보완하는 핵 잠재력을 갖게 되면 이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다. 외교부도 “산업적 목적”이라고 애써 강조하며 잠재적 핵 능력 보유 문제에 굳이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산업적 핵 역량과 군사적 핵 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한국이 북핵에 대응할 정도의 잠재적 핵 능력을 갖는 것이 동북아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솔직하게 말할 때가 됐다. 우라늄 농축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 협박을 일삼는 북한과 평화롭게 사는 길이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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