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인 국제 투자 분쟁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멀리는 2012년 11월부터 13년 동안, 가까이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2억1650만 달러 배상 판정에 맞서 2023년 9월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한 이후 2년여 만에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약 4000억 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도 소멸됐다. ICSID의 취소 신청 인용률이 5%에 불과한데도 정부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좌우 이념과 정부 교체를 떠나 정부 당국자와 변호인들이 치밀한 법리와 증거를 토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긴 기간에 걸친 논란과 공과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국내외의 냉소를 견디면서 판정 취소 신청을 주도했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판단에 대해 합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공직자들이 국익을 위한 힘든 결정을 할 것이다. 한 당시 장관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한 푼도 유출돼서는 안 된다”며 결단했다.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배상 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 “로펌만 배 불린 행정” 등으로 비판했다. 현재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인 송기호 변호사는 “판정 무효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한 장관 설명은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열어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 정성호 법무장관은 “12·3 내란 이후 국제법무국장 등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2월 임용됐고, 취소 소송의 중요 법리가 한 전 장관 때 마련됐음을 고려할 때, 뒤늦게 생색을 내려 한다는 비판이 과하지 않다. 현 여권은 취소 신청을 낼 때 조롱하고 반대했던 것에 대해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고, 지난 정부 업적에 대해서도 올바른 평가를 해주는 게 국민에게 더 당당하게 비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정부는 중재재판부가 한국 측의 변론권과 반대신문이 보장되지 않은 ‘론스타-하나금융지주 간 결정문’을 일방적 증거로 채택한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해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로 7000억 원 추징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든 사태와 비교돼 한편으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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