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수의 Deep Read - 원화약세와 한국경제

 

2008년 금융위기 후 최고수준 근접… 예견된 경상·재정수지 악화, 장기자본순유출 심화가 원인

추이 지속 땐 소비·내수 둔화로 경기회복 어려워… 기업경쟁력 강화·재정악화 방지 대책 절실

최근 환율이 단기간에 급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에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만에 1380원대에서 11월 중순 1460원 수준으로 급상승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환율은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이며, 최근의 움직임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적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경제 기초체력 저평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환율 급등은 물가 상승과 소비 둔화를 유발해 경기 전반에 부담을 준다. 더 나아가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장이 판단할 경우, 향후 심각한 자본유출로 이어져 금융과 실물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환율의 장기적 수준은 경제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근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단기적 변동은 외환 수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본 유출입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단기 자본 흐름은 양국 간 금리 차이와 예상 환차익에 의해 좌우된다.

현재 미국 국채금리에 비해 한국 국채금리가 낮게 형성될 수 있는 이유는 향후 2∼3년 안에 예상 환율이 지금보다 낮아져 금리 차이를 환차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현재 환율 수준이 일시적으로 높은 것이며 미래에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할 때 금리 차이가 유지된다.

한편 미국과 한국의 3년물 국채 간 금리 차이는 9월 1%포인트에서 11월 0.6%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금리 차이가 줄고 만약 9월에 형성됐던 시장의 예상 미래 환율이 변하지 않았다면 현 환율은 하락했어야 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환율은 더 상승했고 그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하는 미래 환율이 9월 이후 어떤 이유에서든 더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근본적인 요인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고환율 : 경상수지 문제

첫째,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까지 경상수지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2022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고, 2025년 3분기에는 33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실적은 기존 무역환경 아래에서 나타난 결과이며, 앞으로 직면할 새로운 무역질서와 최근 환율 변화는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지난 10월 미국과의 관세협상으로 형성될 새로운 무역장벽이 한국 경상수지에 줄 부정적 영향이다. 일부에서는 환율 상승이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으나, 협상의 목적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대미흑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경상수지 개선 대부분이 대미 수출과 대미 흑자에 의존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상수지 흑자 폭은 큰 틀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경상수지가 990억 달러인데, 대미 수지 흑자가 1182억 달러이다. 반면 대중국 수지는 2022년 이후 적자로 돌아서, 2024년 240억 달러 적자로 확대되고 있으며, 565억 달러 규모의 대동남아 수지 흑자 역시 미국향 우회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축소 위험이 있다.

171억 달러에 불과한 대유럽 흑자가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전체 경상수지는 현 수준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10월 주요국 대상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된 점도 우려 요인이다.

◇고환율 : 재정수지와 자본유출

둘째,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뚜렷하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수입을 증가시켜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정부는 확장재정을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있으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도 728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최근 적자재정의 누적 결과, 한국의 정부부채는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수지 악화는 국가채무 증가와 이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높여 자본유출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재정준칙이 준수되지 않고 생산적이지 않은 재정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징조가 보이면 시장은 더 높은 환율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장기적 자본순유출 심화가 예상된다. 2024년 한국의 직접투자는 334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5년 196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온 흐름이다.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향후 10년간 매년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추가 자본유출 소식이 확정됐다. 이 중 약 150억 달러는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으로 충당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외환보유액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미국 투자를 위해 필요한 외화가 추가로 유출될 경우 향후 환율 방어에 기존 외환보유액을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어 그 감소 폭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시장 불안과 자본유출을 심화시켜 고환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전망과 대응

과거 환율 상승은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우리 경제의 회복력 약화로 이러한 경로가 작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와 내수를 둔화시켜 경기 회복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최근 환율 상승은 9월 이후 진행된 관세협상과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가 경제지표에 미칠 영향을 시장이 비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 재정수지 악화, 자본순유출 확대,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우려 중 일부라도 실제 수치로 현실화될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 감소가 가속화하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시장에 노출될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시급히 필요한 대응은 각 위험 요인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정책 기조의 전환이다.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재정악화 방지 대책, 자본유입 기반 확충 등이 그것이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응용경제학회장

■ 용어 설명

‘재정수지’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 정부가 거둬들이는 수입(세입)과 국가가 쓰는 지출(세출)의 차이를 의미하며 이 차이가 흑자면 재정흑자, 적자면 재정적자로 나타남.

‘자본유출’은 국가에서 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 매각이 포함됨. ‘자본순유출’은 외국에서 들여온 자본보다 본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이 더 많은 것.

■ 세줄 요약

경제 기초체력 저평가: 최근의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적신호. 이는 한국 경제 기초체력의 저평가에서 나오는 것으로, 금융과 실물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

구조적 취약성의 원인: 관세협상 이후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우선적 원인.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부채의 가파른 증가세, 장기적 자본순유출 심화가 예상되는 것도 시장 불안과 고환율로 이어질 가능성 커.

향후 전망과 대응: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와 내수를 둔화시켜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해. 각 위험 요인에 대한 기업경쟁력 강화, 재정악화 방지, 자본유입 기반 확충 등 대책 마련과 정책기조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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