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정부가 49개 중앙 행정부처 약 75만 공무원을 상대로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 달 행적을 조사해 ‘내란가담자’를 찾아내 인사 조치하겠다는 건 무리한 발상이다. 계엄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제외하곤 국무위원도 사전에 몰랐고 심야부터 새벽까지 6시간 만에 종료된 일인데, 외국인이 들으면 비상계엄이 광범위하게 오랫동안 진행된 줄 알겠다. 어이없는 계엄이 종료된 뒤 SNS 등으로 당시 여권의 조치를 긍정하거나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한 공무원들을 솎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근본 문제는 계엄에 가담한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정부혁신태스크포스(TF)’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이다. 국무총리실은 휴대전화의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도 고려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와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를 대놓고 위반한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도 없이 개인의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보겠다는 건 헌법상 영장주의(제12조)에도 위배된다. 더욱이 불법적 공무원 사찰과 숙정을 위한 TF는 설치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위헌적·불법적·반민주적·반인권적 TF의 이름에 ‘헌법존중’을 넣은 건 도착(倒錯)적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를 ‘항소 자제’, 조국 씨 부인의 PC 반출을 ‘증거 보전’, 이재명 대통령 사건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이라고 한 것도 말장난이고 궤변이다. 검찰을 해체하면서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하고, 14명의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해 이 대통령이 22명을 임명하는 대법원 장악 시도를 사법개혁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독재자나 전체주의 정권이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정치언어를 어지럽히고 오염시킨 사례들이 연상된다. 나치는 유대인 강제수용·집단살해를 ‘최종 해결’이라 불렀고, 마오쩌둥은 류사오치·덩샤오핑 등 반대파 제거를 문화대혁명이라고 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뉴스피크(Newspeak·신어)가 전쟁부를 ‘평화부’로, 거짓말과 허위선전·역사조작 담당부를 ‘진리부’로 부르며 오세아니아 국민을 세뇌한 것과 비슷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