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아 정치부 차장

2030세대 사이에서 ‘영포티’(Young Forty)라는 말이 유행이다. 챗GPT에 ‘영포티’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달라고 하면, 나이키나 명품 브랜드의 후드 티셔츠, 운동화 등을 매치한 중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표면적으로는 취향과 감성이 젊은 중년을 뜻하지만, 근저에는 4050세대에 대한 혐오가 녹아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젊은 척하는 기득권 꼰대’다.

‘Z세대’는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성장의 과실을 직접 맛보지는 못했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 왔고, 자산을 형성할 틈도 없이 경기 침체와 부동산 폭등을 맞이했다. 이에 반해 ‘86세대’(60년대생)와 ‘X세대’(70년대생)에 걸쳐 있는 4050세대는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대부분 수월하게 취업을 했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기 전 높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혜택을 받고 유주택자가 됐다. ‘갭투자’로 자산을 불리기도 했다. 조직에서는 ‘김부장’이 됐고, 이젠 정년 연장을 꿈꾸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진 세대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젊음’까지 빼앗고 있으니, 분노하고 혐오할 수밖에.

‘정치적 자산’에서도 이들은 4050세대에 밀린다. 친더불어민주당 성향이 강한 4050세대는 과거 ‘노사모 운동’과 ‘촛불집회’를 이끌며 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의 탄생을 주도해 왔다.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첫해, 우선 입법 과제로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 개혁)을 꼽은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오랜 정치적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검찰청 폐지법을 처리하며 ‘정치 검찰’을 ‘단죄’했고, ‘사법 카르텔 정점’에 있는 대법원장을 흔들어 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검찰과 법원은 “다수의 의사 결정에서 벗어난 민주주의 사각지대”고, “독점에서 분점으로, 소수의 지배에서 다수의 참여로 가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당 지지율을 보면 청년들은 민주당의 이런 행보에 동의하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갤럽 10월 여론조사 통합 결과를 보면, 만 18∼29세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22%를 기록했다. 반민주당 성향이 강한 70대 이상(34%)보다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8%였고, 무당층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41%였다. 정치에 대한 깊은 냉소와 집권 여당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드러나는 수치들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 입장에서는 ‘20대의 보수화’라며 표 떨어질 걱정부터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이들의 분노와 좌절이 가져올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집권 여당의 개혁은 저성장·양극화 속에서 불우해지고 있는 청년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 구조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연금 개혁 등 헌 체제를 바꿀 진짜 개혁 말이다. 행정·입법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검찰·법원의 기득권을 해체하겠다며 이들의 지난 과오를 붙들며 겁박하는 모습은 청년 세대에 ‘한가한 기득권 싸움’으로 보일 뿐이다.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영포티’처럼 말이다.

윤정아 정치부 차장
윤정아 정치부 차장
윤정아 기자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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