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립 이후 검찰은 수사·기소·사정(司正) 등을 책임진 법질서 수호의 중추 기관이었다. 그런 조직이 만신창이가 됐다. 1년 뒤엔 ‘검찰’ 간판 자체가 철거될 예정이지만, 그렇더라도 검찰의 역량과 경험은 보존되고 계승돼야 한다. 최근 여권의 거친 행태를 보면, 그런 당위성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한 자리에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 19일 임명됐다. 이진수 법무차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 정 전 중앙지검장과 함께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관여한 인사를 영전시킨 것은, 반발하는 검사들에게 떠나라고 등 떠미는 것과 같다.
대검 반부패부장에는 주민철 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2단 부장검사가, 서울고검 차장검사로는 정용환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각각 지검장급으로 승진해 보임됐는데,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요직인 법무부 검찰과장, 중앙지검 반부패1·2부장을 거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여권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윤석열 정부 검찰 물갈이’ 차원에서 검찰 인사를 단행했는데, 그 때 기용된 검찰 간부들까지 대거 ‘항소 포기’에 반발하자 아예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친여권 성향 검사’들로 채우겠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상부에서 하부까지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추스르긴커녕, 정권이 싫으면 떠나거나 정권에 굴종하거나 택일하라는 겁박과 뭐가 다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같은 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한 박재억 수원지검장 등 지검장급 18명을 경찰청에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행정직 공무원에 불과하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어긴 집단 항명’이라고 주장했다. 기왕 고발했으니 법률적으로 다투겠지만, 항소 포기에 대한 설명 요구를 복종 의무 위반(국가공무원법 제57조)이나 정치 행위(제65조) 또는 집단 행위(제 66조)로 보기 힘들다.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무고죄로 맞고소할 수도 있다. 정부와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이 바뀌면 결국 현 여권의 ‘사병(私兵)’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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