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체육부 차장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 주변이 심상치 않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어느 인물이 물밑에서 벌써 차기 총재 자리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소문의 방향이 일정하고, 특정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또 일부 세력은 허구연 총재를 ‘전 정권 인사’로 규정하며, 교체 대상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허구연 현 총재 흔들기는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총재의 운영비 집행 내역이 도마에 올랐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KBO에 대한 특별 감사를 두 달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겉으로는 ‘투명성 확보를 위한 행정 절차’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내년 말까지 임기가 남은 허 총재에 대한 압박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쪽주기’로 총재를 압박하는 과정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허 총재는 과(過)보단 공(功)이 많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3년간 누구보다 ‘일하는 총재’로 불려 왔다.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을 세계 최초로 정규리그에 도입해 오랜 숙제였던 공정성 문제를 해소했다. 물론 성과만 있었던 것도, 실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허 총재가 지난 3년간 보여준 행정의 방향성과 실행력은 KBO의 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KBO 사무국 내부는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특히, 국정감사 당시 도마에 올랐던 총재 운영비 관련 내부 문건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그 발설자를 찾기 위한 내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KBO에서 공식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단순한 실수나 내부 이견이 아니라, 의도적인 누설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해당 문건이 공개된 시점과 특정 세력의 총재 교체론이 맞물리면서, KBO 내부에서는 ‘누가 내부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는지’를 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만약 문건 유출이 총재 흔들기 세력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면, 이번 사안은 단순한 내부 이탈이 아니라 리그 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외부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가 된다.
지금 프로야구는 중요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 1000만 관중 시대를 넘어 올해는 1200만 관중을 동원했다. 프로야구는 국내 넘버원 프로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중계권과 콘텐츠 등 프로야구 관련 산업까지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KBO 리그의 외형과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졌다.
최근 KBO뿐 아니라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등 주요 체육 기관에서도 수장 교체 가능성이 상당히 무게감 있게 거론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이른바 ‘체육계 인사 리셋’이 또다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KBO 총재는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이지, 특정 세력의 영향력 확대나 정치적 보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의 의미가 흔들릴 때, 프로야구가 쌓아 올린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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