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韓, 론스타에 13년소송 승소

 

론스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2007년 HSBC에 팔려 했지만

우리 당국서 매각 승인 안해줘

2012년 결국 하나은행에 매각

 

론스타 “5년 지연에 매각 손해”

韓정부에 46억달러 손배 청구

ICSID “韓, 2억달러 배상” 판정

韓, 취소신청 제기 승소로 ‘0원’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소송이 우리 측의 승소로 최종 마무리됐다. 론스타는 이 결정에 대해 또다시 소송을 예고했지만, 법리적으로 볼 때 더 이상 론스타가 원하는 결론을 얻긴 어려워 보인다. 이번 승소로 한국은 불필요한 국부유출을 막게 됐지만, 정치권은 승소 결과를 두고도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와의 오랜 악연이 어떻게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두고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논란은 무엇인지에 대해 문답을 통해 확인한다.

1. 론스타 사건이란

속칭 ‘론스타 사건’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부실이 심각했던 외환은행(현 하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인수한 것에 대해 불법성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던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이 있으며,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적절한 매각 시기를 놓쳐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며 ISDS 소송을 제기한 외환은행 지분 매각 지연 사건이 있다. 최근 언급되는 론스타 사건은 후자에 해당한다.

2. 론스타는 어떻게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나

IMF 구제금융 이후 정부는 국내 은행 재건 정책 매각·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부실은행으로 분류된 외환은행(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을 론스타에 약 1조3834억 원에 매각했다. 당시 산업자본(금융 이외의 산업)에 해당하는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음에도 금융당국은 ‘부실은행 예외조항’을 근거로 인수를 승인했는데, 이 과정에서 BIS 비율이 조작되고, 론스타의 불법적 인수에 정부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시민단체 등이 제기했다. 여러 논란 끝에 법원은 2010년 BIS 비율 조작·헐값 매각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3. 론스타의 외환은행 2012년 매각은 어떠했나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후 지속적으로 경영권 인수·매각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지 않았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에 외환은행 지분(51%)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적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자격 논란(론스타의 불법 자격, 외환카드 주가조작 판결 등)을 이유로 승인을 지연시켰고, 결국 매각은 불발됐다. 이후 매각은 표류했고, 2012년에 이르러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약 4조 원에 매각했다.

4. 론스타가 ICSID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

론스타는 2012년 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2007년(HSBC에 매각 시도) 이후 외환은행 보유 지분 매각을 꾸준히 시도했지만 한국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론스타에 따르면 이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론스타는 2012년 매각 시점에서 얻은 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및 은행 가치 하락으로 인해 2007년과 대비해 크게 줄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론스타는 46억7950만 달러(약 6조1000억 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5. ISDS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었나

ISDS의 핵심쟁점은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단한 기준이 적절했는지, 매각 승인 과정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는지, 이로 인해 론스타가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였다. 당시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의 건전성 지수인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진 점을 들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지만 이후 BIS 비율이 고의로 낮게 보고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감사원 조사·검찰 수사 등이 이어졌다.

1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ISDS) 소송에서 승소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ISDS) 소송에서 승소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 ICSID 첫 판정 결과 및 ISDS 판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취소신청’ 대응

ICSID는 분쟁 시작 10년 만인 2022년 8월 한국 정부에 2억1650만 달러(2800억 원)를 론스타에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46억7950만 달러의 4.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2011년 12월 3일부터 이 금액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현재(2025년 11월 기준) 환율로 따지면 모두 4000억 원 규모다. 당시 론스타 요구액의 4.6%만을 인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론스타 측 주장을 상당 부분 기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론스타의 주요 청구 항목인 ‘부당한 과세’ ‘매각 가격 감액 압력’ 주장은 대부분 기각됐고,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으로 인한 손해만 투자협정 위반으로 제한적으로 인정했다는 평가다. 론스타는 ICSID에서 2023년 7월 패소한 95.4% 부분에 대해 ISDS 판정 일부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같은 해 9월 정부가 패소한 4.6% 부분에 대해 판정 일부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7. 국제상공회의소(ICC)가 2019년 론스타 패소 판정 선고한 이유는

앞서 ICC는 2019년 론스타에 상사중재 패소 판정을 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가격 인하에 개입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중재절차는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분쟁이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그 절차에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가격 인하에 개입했으리라고 추정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론스타는 이 같은 판정 내용이 담긴 ‘ICC 판정문’을 본건에서 주요 증거로 제시했고, ICSID는 2022년 8월 론스타 측이 제출한 해당 판정문을 인용했다. 정부는 2023년 9월 ICSID에 판정 일부 취소신청을 제기하며 ICC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한 판결이 국제법상 ‘적법 절차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적법 절차 원리는 모든 국가 작용은 정당한 법률을 근거로 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발동돼야 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국가 책임을 인정하려면 국가의 위법 행위와 그로 인한 투자자 손해가 인과관계로 입증돼야 하는데 정부가 배제된 ICC 판정문만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정부 주장이었다.

8. 2023년 야당(더불어민주당)의 항소 포기 주장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ISDS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이 낮아 배상 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며 비판했다.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으로 론스타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주도했던 송기호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라며 “약 3년간의 심리 기간 수백억 원의 복리 이자만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에서는 “법무부가 ISDS 소송으로 400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로펌 배만 불렸다”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취소 소송을 제기한 당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전 국민의힘 대표)을 겨냥해 “한 장관의 설명은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9. ICSID 최종 판정 후 발생한 정치적 논란

정부의 론스타 ISDS 취소신청 승소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앞다퉈 치적 경쟁에 나서며 ‘숟가락론’이 제기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승소 직후 긴급 브리핑에서 승소에 대해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적 개최, 한·미·중·일 정상외교, 관세 협상 타결에 이어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평가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한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 등을 트집 잡으며 강력 반대했다”면서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여권과 한 전 대표 간 업적 공방으로 번지자 여권 주요 인사들이 나서 “모두의 승리”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히려 “ISDS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닌 20년에 걸친 국가 전체의 작업”이라며 한 전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10. 론스타가 또 소송을 제기하려는 이유는

론스타는 패소 후 언론을 통해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해당 소송이 종결됐다고 선언했지만, 사실 승소 여부를 떠나 론스타는 ICSID에 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처럼 론스타가 소송에 집착하는 데는 투자자 자본 회수와 이익 실현이라는 사모펀드의 특성 때문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투자 원금·이익 환수 시도를 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법적 책무를 다 하지 못하는 것에 해당돼 되레 운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론스타가 ‘중재 판정이 취소된 경우, 일방의 요청이 있으면 새 중재로 다시 회부할 수 있다’는 ICSID 협약을 근거로 추가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박정민 기자, 김군찬 기자, 민정혜 기자
박정민
김군찬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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