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준의 Deep Read - ‘내란청산TF’ 가동

 

‘항소 포기 역풍 반전-관료사회 길들이기’ 목적이지만… ‘정권 몰락의 법칙’ 작용할 것

권력의 오용은 국정 어젠다와 비전 약화 초래… 과거 심판 넘어 미래 설계로 나아가야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공직자들이 내란 행위에 가담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가동 중이다. 국무총리실에 총괄TF를 두고 49개 중앙부처에 일제히 TF를 설치하면서 제보 센터도 만들었는데, 사실상의 ‘내란 청산TF’다.

◇TF를 설치한 이유

TF는 투서 등을 근거로 내란 혐의점이 있는 공무원에게 휴대전화를 제출하도록 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 직위해제 후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75만 명 공무원이 ‘유주얼 서스펙트’ 즉 잠재적 용의자가 될 판이다. 이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이자 과잉금지 원칙 위배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위험한 기구를 설치한 것일까.

첫째, ‘대장동 항소 포기’에 따른 역풍 반전 시도. 한국갤럽 조사(11월 11∼13일) 결과, 검찰의 항소 포기가 ‘부적절하다’는 응답(48%)이 ‘적절하다’(29%)보다 훨씬 높았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적절 의견이 많았다. 정부는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를 전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TF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공포 분위기 조성을 통한 관료사회 길들이기. 이재명 대통령은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는 말 잘 안 듣는 공무원을 내치고 그 자리를 말 잘 듣는 충성파로 채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직설적으로 윤석열 정부 때 승진하거나 잘나가던 공무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신호탄이며, 궁극적으로 공무원들이 서로 감시하고 제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셋째, ‘김민석 띄우기’.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내란은 정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김민석 총리는 지난 11일 TF 설치를 제안했다. 내란 청산에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후 실시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대비한 김 총리 힘 실어주기다. 김 총리가 내란 프레임을 주도하는 모습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포석이다. 이는 향후 당정일체 프레임으로 대통령권력을 강화하려는 목적과도 닿아 있다.

◇정권 몰락의 법칙

그러나 TF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 정권 운명을 결정짓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정권의 흥망성쇠는 일정한 패턴과 구조적 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입증된 ‘정권 몰락의 법칙’이 있다.

제1법칙: 헌법을 파괴하면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정부는 반드시 몰락한다. 헌법은 단순한 법령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최고의 합법적 기반이다. 따라서 헌법을 파괴하면 이 기반이 붕괴되며 정권은 서서히 기능을 잃고 결국 추락한다. TF의 공무원 강제 조사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이자 과잉금지 원칙 위배라는 지적이 많다. 헌법을 파괴하는 순간 정권의 몰락은 시간문제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정권은 왜 몰락할까. ‘정당성의 붕괴’에 그 해답이 있다.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저서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정치질서’에서 “정치적 정당성을 잃은 엘리트는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력을 늘리며, 이 과정이 정치적 붕괴를 가속한다”고 주장한다.

제2법칙: 공직사회를 공포로 몰아넣는 정권은 필연적으로 몰락한다. 정권은 국가능력을 바탕으로 존립하며, 국가능력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주체는 공무원 조직이다. 따라서 공무원 조직을 공포에 몰아넣는 정권은 스스로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공포 통치는 초기에는 통제력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부 반발→외부 노출→정치적 폭발’의 경로를 밟게 된다. 헌법 존중 TF의 전방위적 사찰로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의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강압적 정권일수록 몰락은 갑작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내부에서 터져 나온다.

제3법칙: 도덕성이 약한 정권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도덕성은 정권이 가진 마지막 방패이자 유일한 생명선이다. 그 방패가 깨지는 순간 정권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사라진다. 세이무어 마틴 립셋 교수에 따르면 도덕성이 무너지면 정당성이 파괴되고, 정당성이 무너지면 정권이 몰락한다.

◇정권 몰락의 위험인자

이런 이론과 법칙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헌법 존중 TF’가 정권 몰락을 재촉하는 위험인자라는 것이다. 헌법정신을 외면하고, 공직사회를 공포로 몰아 넣고, 도덕적 권위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더구나 TF는 초기 국정 어젠다를 가리고, 그 결과 미래지향적 국정 비전을 약화시킨다.

새 정부는 취임 첫 6개월∼1년 동안 권력 기반을 안정시키고 미래 어젠다를 세팅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이 내란 척결에 집중되면서 경제·산업·교육·외교 등 국정의 핵심축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게 된다. 이 같은 ‘포지티브 어젠다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국정 동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권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제적 지침으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구분한다. 하드 파워는 강제와 통제의 힘이다. 법, 규칙, 예산, 제재, 인사권을 통해 조직을 움직이는 전통적 권력 수단이다. 문제는 하드 파워를 장기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할 때다. 강압은 저항을 낳고, 통제는 관료 조직의 소극성을 불러오며, 국민에게는 피로감만 쌓이게 한다. 소프트 파워는 매력과 신뢰, 설득과 정당성의 힘이다. 소프트 파워는 조직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협조하게 만들고 장기적 지지 기반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역사의 법칙은 분명하다. 명분 없이 힘에만 의존하는 하드 파워는 정권을 강화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가장 빠르고 치명적인 몰락의 길로 이끈다. 강압은 단기적인 복종을 만들 수 있지만 신뢰를 만들지 못하며, 지배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 정권이 지속되려면 강압이 아니라 명분, 공정성, 신뢰라는 소프트 파워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권력의 존재이유

정부가 몰락하는 이유는 파워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순간에 잘못된 방식으로 권력을 강압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권력의 오용’이 국정 동력을 갉아먹고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며 궁극적으로 정권을 몰락시킨다.

헌법 존중 TF는 권력 오용의 전형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이재명 정권이 깨달아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권력은 과거를 심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과잉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때엔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명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요건.

‘새뮤얼 헌팅턴’은 하버드대에서 58년간 정치학을 강의한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의 학자. 비교정치, 정치제도 이론 등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문명의 충돌’ ‘정치발전론’ 등 저서가 있음.

■ 세줄 요약

TF를 설치한 이유: 이재명 정부가 12·3 비상계엄 당시 공직자들의 내란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TF를 설치. 이는 ‘대장동 항소 포기’에 따른 역풍 반전 시도이며, 관료사회 길들이기이자, ‘김민석 띄우기’로 분석됨.

정권 몰락의 법칙: 헌법을 파괴하고 헌법 위에 군림하는 정부, 공직사회를 공포로 몰아넣는 정권, 도덕성이 약한 정권은 필연적으로 몰락함. ‘내란 TF’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정권 몰락의 위험인자: 권력을 오용하면 국정 어젠다를 가리고 미래지향적 국정 비전을 약화시켜. TF는 정권 몰락을 재촉하는 위험인자가 될 것. 권력은 과거를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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