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2020년 3월 자오리젠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코로나19 미군 유포설’을 제기했다. 코로나19 우한(武漢) 발병과 팬데믹으로 위기에 몰린 중국이 반격한 것이다. 중국 외교관들이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상대국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것을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라고 한다.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전랑’에서 나온 용어다. 이전에도 중국 외교관들의 강경 발언이 있긴 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랑 외교 보고서에서 “외부에선 마치 깡패와 같은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내부에선 당당하게 중국과 중국인의 이익을 수호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지난 7일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 행사 가능’ 발언으로 격화한 중·일 갈등에도 전랑 외교가 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이틀 후 SNS에 ‘멋대로 쳐들어온 그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언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투를 상징하는 인민복을 입은 류진쑹 중국 외교부 국장이 지난 18일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국장을 만난 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이 중국 관영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통일 대상인 대만 문제는 핵심 이익으로 여기며 더욱 공세적이다.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 사태를 키운 다카이치 정부는 오히려 3대 안보 문서 개정 등 방위력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삼는 모양새다.
중국은 일본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일본 여행 및 유학 제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일본 영화 상영 중단 등 ‘한일령(限日令)’에 나섰다. 2010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했는데, 그때보다 더 전방위적이고 갈등도 오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일 분쟁 불똥이 우리에게도 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4일 마카오에서 열기로 했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담을 연기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도 무산됐다. 중·일 갈등에 일방 편을 들 순 없지만,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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