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심리에 대해 워싱턴DC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다른 건 몰라도 초조함이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심리가 예고된 때부터 트럼프는 ‘관세로 인해 미국이 얼마나 잘살게 됐는지’ ‘행정부가 패소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물어내야 하는지’ 설명했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파일 공개에 공화당 일부까지 찬성하고 나서자 ‘내가 얼마나 훌륭한 대통령인지’ ‘공화당은 왜 하나가 돼야 하는지’ 강변하고 민주당이 엡스타인 파일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들도 트럼프 손을 들어주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엡스타인 파일은 결국 공개 절차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이자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였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MTG)이 트럼프 대통령의 ‘배신자’ 공격을 받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분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23일(현지시간) 랜드 폴(트럼프에게 비판적인 연방 상원의원), 토머스 매시(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주도한 연방 하원의원)와 함께 MTG를 ‘쓰레기들’(lowlifes)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MTG의 중간 이름 Taylor 대신 Traitor(배신자)라고 쓰고, 썩었다는 뜻으로 ‘그린’ 대신 ‘브라운’이라고 적었다.

정치는 생물이지만 동시에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정치의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점에서 산수이기도 하다. 바둑처럼 복잡한 판세가 이어지지만, 결과를 두고는 사후적으로 ‘복기’가 가능하다. 1년 뒤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이기려면 선거 전략으로 구축해 놓은 ‘선거연합’을 계속 지켜가며 국정 운영의 성과를 통해 중도층에 소구하는 게 교과서적 답변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는 달랐고 이미 경보도 여러 차례 울렸다. 전문 인력의 이민 창구인 H1B 비자 발급 제한, 외국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지 등 핵심 지지세력 간 첨예하게 갈리는 쟁점은 뭘 선택하든 연합의 원심력을 키우게 됐다. 그리고 마주한 문제가 대법원의 관세 판결, 또 엡스타인 파일 공개다.

더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의 태도다. 배신자 프레임, 최고 권력자의 ‘찍어 누르기’는 도끼로 제 발등 찍는 행동이다. 민심 대신 ‘내 말’을 따르라는 겁박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벌주는 짓이어서다. 유승민이 힘이 빠졌고 한동훈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입은 상처는 더 크다. MTG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 트럼프가 그를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건 스스로 선거 연합을 해체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부의 수반으로 사법부와 입법부를 압박하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애덤 셰보르스키 뉴욕대 교수는 저서 ‘민주주의,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에서 “전제정을 막는 방법을 고민해 온 사람은 국가수반과 행정부 수반 기능을 어떻게든 분리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썼다. 유권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도 기가 막히게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

민병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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