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수두룩한, 태어나선 안 될 법안이었지만, 이재명 정권이 의석 수를 앞세워 강행 처리했다. 당시 시행령으로 보완한다고 했지만, 고용노동부가 25일 입법 예고한 시행령안을 보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할 정도로 문제점투성이이다. 가장 핵심적인 것이 ‘교섭창구 단일화’인데, 단일화는커녕 교섭 창구를 무한 확대해도 될 정도로 모호한 규정들이 나열돼 있다.

현행 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있을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명시해,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틀은 유지한다면서도 교섭권 보장을 명분으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분리 요건에는 근무 조건과 교섭 의제는 물론 직무와 특성, 심지어 노조 간 이해관계까지 포함돼 있다. 마음대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게다가 분리 판단이 노동위원회에 맡겨지는데, 역대 정부에 비해 더욱 친노조 편향 조짐을 보인다. 노동위 업무의 급속한 확대는 또 다른 문제다. 노동위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과 무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러니 양측 모두 시행령에 반발한다.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 또한 모호해 기업 간 소송과 갈등, 현장 혼란이 심해질 전망이다. 기업의 인수·합병, 공장 이전 등 경영 의사결정 영역까지 쟁의 대상이 돼 경영 환경은 극도로 위축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차 협력사만 300여 곳, 전체 하청업체는 8500개가 넘고 조선·건설 기업들의 경우도 수천 개에 달한다. 이제 기업들은 연중 수많은 개별 교섭 요구와 하청노조와의 상시 교섭에 시달릴 위험에 직면했다.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이면서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도 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상급단체에 가입해 산별 단위의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확산될 우려도 커졌다. 노란봉투법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교섭 창구 단일화라도 제대로 실질화할 수 있게 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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