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초록우산 인천지역본부 ‘多품 : 다함께 품다’
성인도 버거운 간병·집안일
일주일에 평균 21.6시간 할애
가족돌봄 아동 사례 찾기 위해
초·중·고에 가정통신문 등 홍보
50명 목표했는데 99명 발굴
후원금 9900만원 맞춤형 지원
“아버지 치료비 때문에 치과에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지원을 받고 치료를 받았어요. 이제 밥을 먹을 때 아프지 않아요.”
인천 서구에 살고 있는 A 양은 가족을 돌보느라 치과 치료조차 받지 못했었다. 가족도 A 양의 치료비를 부담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런 A 양은 최근 초록우산 인천지역본부가 진행하는 지원을 통해 치료를 받았다. A 양은 “치료 이후로 식사할 때 통증이 사라지니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며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아픈 이를 돌보는 일은 성인에게도 버거운 일인데 A 양처럼 부모의 간병 책임을 맡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2022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청년 응답자 4만3832명 중 810명(약 2%)이 가족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돌봄아동·청년’들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1.6시간에 달한다. 돌봄 기간은 평균 46.1개월이었다.
돌봄을 받을 시기에 오히려 돌봄을 수행해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발달권을 보장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7조에 위배된다. 2022년 초록우산에서 최근 1년간 재단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아동 중, 양육시설 거주 아동을 제외한 만 7∼24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 1494명 중 가족을 돌보고 있는 아동은 686명(46%)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상당수 아이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그동안 주요 정책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만을 지원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 탓에 실제로 돌봄을 수행하는 아이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지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초록우산 인천지역본부가 지난 5월부터 ‘인천광역시 가족돌봄아동·청소년 발굴 및 맞춤형 통합지원사업(多품 : 다 함께 품다)’을 시작했다. 지원 사업은 발굴·지원·사례관리·정책 제안으로 이어지는 통합지원체계로 이뤄진다. 특히 기존 복지 체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사례들을 찾아내기 위해 지역과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인천시·인천시교육청·사회복지관협회·청년미래센터·법무보호복지공단과 협업했는데, 학교·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관 등이 함께 움직이는 형태의 민관 연대 모델은 전국에서도 드문 사례다.
가족돌봄아동 개념 홍보와 사례자 발굴을 위해 인천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관련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구청·동주민센터를 통해 공지했고, 지나가는 시민들도 알 수 있게 인천 지역 버스정류장 20곳에 홍보물을 걸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집중 모금 캠페인 등을 통해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행사도 진행했다.
당초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 50명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몇 달 만에 목표치의 두 배 수준인 99명이 발굴됐다. 아이들 앞으로는 총 9900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는데, 이 자금으로 돌봄·교육·건강·주거 등 생애 전 영역에서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 8월부터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한 ‘돌봄부담경감 프로젝트’에는 11명의 아동이 참여했다.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심도 있는 개입 및 사례 관리를 통해 아동들은 돌봄 대신 공부를 하는 등 아이답게 커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체 가족돌봄아동의 돌봄 시간이 47% 감소했다.
인천 남동구에 살며 지원을 받은 한 아동은 “지원금 덕분에 아프신 엄마의 돌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런 큰 변화로 부모님과의 관계도 또한 좋아졌다. 앞으로 더 성실히 생활하겠다”고 전했다. 아픈 아내를 자녀와 함께 돌보던 미추홀구의 한 아버지는 “아이가 엄마를 돌보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었는데, 지원을 받아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훨씬 밝아졌다”며 “저 또한 일을 조절할 수 있어 아내를 더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다시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복지관 담당자는 “이 사업으로 이름도 얼굴도 없이 혼자 버티던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며 “아이들에게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정서 회복까지 연결할 수 있어 아이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사업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 파트너십이 있었다. 올해만도 총 1억1500만 원 규모의 지정사업 후원, 21개 기업·단체 협력, 민관 5자 업무협약 체결 등이 이어졌다. 초록우산 인천지역본부는 향후 가족돌봄아동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개선과 제도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린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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