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세칭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 3조’를 개정한 것이다. 그릇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담은 것이 화근(禍根)이다. ‘노조법 제2조와 3조를 합쳐 한 번에 개정한 것’을 두고 노동계는 쾌재를 불렀지만, 이는 자충수로 ‘승자의 저주’가 아닐 수 없다.

노동계가 내심 원한 것은, ‘노조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제3조의 개정이었을 수 있다.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에 대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노조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선에서 노조법 제3조를 개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노동계와 손잡고 ‘금단의 열매’에 비유될 수 있는 ‘노조법 제2조’에 손을 댔다.

노란봉투법의 원죄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것이다. 그러면 도급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관계가 부정돼 원청은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계약서에 ‘노사관계 없음’이라고 적어도, 원청이 현장에서 인력배치·작업시간·임금 등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면 법적으론 사용자로 간주된다. 원청은 수많은 하청과 1년 내내 단체교섭을 벌여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된 노조법(노란봉투법)의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5일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개정 노조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한편으론 안정적인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교섭의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조법 시행령의 핵심 쟁점은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원청사용자 판단 기준’과, ‘하청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창구 단일화’이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2011년 모든 사업장에 복수 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함께 도입됐다. 복수 노조가 들어서면 교섭 창구가 쪼개져 산업 현장의 혼란과 관련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 마련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하청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사실상 교섭 창구 단일화가 붕괴된 것이다. 기존 노조법은 복수노조 간 근로조건이 현저히 다를 때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의 분리 요건에는 ‘근무 조건과 교섭 의제는 물론 직무와 특성, 심지어 노조 간 이해관계’까지 포함돼 있다. 교섭단위는 무한히 쪼개질 수 있다.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 원칙과 배치된다.

고용노동부는 교섭단위 분리 판단의 적합성 여부를 ‘노동위원회’에 맡긴다고 한다. 문제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직무·근로조건·이해관계’ 등 추상적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도 노동위원회가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노동위원회에 과도하게 힘이 쏠리게 된다. 노동위원회가 친노조 성향이면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게 뻔하다.

근로계약을 하지 않은 도급계약을 ‘의제된 노사관계’로 엮는 나라가 전 세계에 또 있을까 싶다. 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명백히 역행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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