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범 산업부 차장
지난 10일 충남 천안시 볼트·너트 등 철강 파생상품을 만드는 신진화스너공업을 찾아 정한성 대표를 만났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한국 산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는 기획 기사를 사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이 회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한 50% 관세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 대표는 관세 충격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올해 미국 수출을 위해 미리 사둔 원재료가 관세 부과 이후 주문이 끊겨 그대로 창고에 처박혀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정 대표는 관세도 관세인데, 중국산 저가 제품의 한국 시장 침투에 무방비인 한국 내수시장 현실도 절절하게 털어놨다. 그는 최소한 안전 관련 분야만이라도 검증된 한국 기업이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작은아버지로부터 회사를 인수해 이끈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적자가 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중국 철강 파생상품에는 반덤핑 관세를, 미국에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후속 관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수차례나 강조했다. 신진화스너공업은 국내 최초 스테인리스 볼트·너트 KS 인증을 받은 회사다.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명문 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2022년에는 1000만 불 수출탑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현실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여 있었다.
문화일보가 지난 17∼20일 경제·통상 전문가 8명과 진행한 서면·전화 인터뷰에서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은 관세 협상 이후 한국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될 만한 요소로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자동차·철강·기계·섬유 등 전통 제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학회장은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다층적 협력 관계로 한국 산업이 성장해 온 만큼, 중소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통 제조 기반 중소기업 지원보다는 인공지능(AI) 붐의 영향으로 관련 산업 육성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미래를 위해 AI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 제조업, 특히 중소기업이 놓인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의 국제화 성공 여부가 한국 제조업의 제2의 도약 발판이 될 것”이라는 허 학회장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 외교 성과가 대기업에 머물지 않고, 중소·벤처기업은 물론 국민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면서 “대·중소기업 상생 성장 전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5일 동반성장주간 기념식을 열고 유공자에 대한 훈장 수여 등을 진행했다. 강 실장의 말이 기념식을 앞두고 한 생색내기용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수출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 기반 중소기업들의 수출과 내수시장 침체를 타파할 방안, 그것도 실행력이 매우 높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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