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미·중 간 AI 패권 경쟁 가열 속
젠슨황 ‘中 앞설 것’ 주장 관심
제재 뚫고 화웨이 독자칩 개발
패권전쟁은 기업간 경쟁 산물
창의·효율 싸움으로 승부 결정
한국도 국익 극대화 방안 절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 5일 폭탄 발언을 했다.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낮은 전력 비용과 느슨한 규제를 이유로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난 뒤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을 중국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뒤 나온 발언이다.
AI에 ‘첨단 기술 경쟁에서 누가 이길 것으로 보느냐’고 물어봤다.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은 대동소이한 ‘모범 답안’을 내놨다. ‘한쪽의 승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원천 기술과 반도체 등 질적 측면에서 우위지만 중국은 AI 데이터 등에서 미국을 추월했거나 맹추격하고 있다’ ‘미·중이 각자 기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장기전 양상이 될 것이다’ 중국 AI 모델인 딥시크도 결론은 같았지만 ‘기술 상호의존과 경쟁의 공존’ ‘두 국가 모두 기술 혁신을 통해 전 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바람직’ 등 중국의 입장이 보다 강조됐다.
젠슨 황은 왜 중국의 승리에 무게를 뒀을까. 단순히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였지만 지금은 0%’라는 초조감 때문만일까.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엔비디아 첨단 AI 칩인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암시장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칩은 선전의 대형 전자상가에서 정가의 2배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런 이유로 젠슨 황은 “만약 우리가 팔지 않는다면 그냥 자기들이 만들어낼 겁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 굴지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엔비디아 GPU 성능의 80%에 달하는 AI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중국이 이달 초 보안 우려가 있는 엔비디아 칩이 더 이상 필요 없다며 독립 선언을 한 이유다. 중국에서 화웨이는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을 뚫어낸 기술 자립과 굴기의 상징이 됐다.
홍콩 출신의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훙호펑의 ‘제국의 충돌-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에 그 이유가 나온다. 탈냉전 후 빌 클린턴 행정부는 민주당 지지 세력인 노조 등의 압력으로 중국의 미국 시장에 대한 우대 조건인 최혜국대우(MFN) 지위 갱신을 인권 개선과 연계하려 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이익을 조건으로 중국 정부의 로비를 받은 미국 기업들은 클린턴 행정부에 압박을 가해 매년 중국의 MFN 지위를 자동 갱신토록 했다. 이로써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미국 주도 자유무역체제의 하위 파트너가 됐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도한 경기 부양의 후유증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중국 국유기업들이 정부를 뒷배로 미국 기업에 기술 이전 강요와 시장 축출에 나섰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적대적으로 변했다. 중국의 저가 수출로 뿌리가 흔들린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리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기술·체제 전쟁을 시작했다. 기술 패권 경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기업이 화웨이다. 부시 행정부까지 미국에서 잘나가던 화웨이는 중국 군부와의 연관성, 사이버 안보 등을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제재를 받았고, 트럼프 행정부에선 미국산 칩 전면 수출 금지 조치를 당했다.
미·중 경쟁은 중국의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유지하려는 엔비디아와 중국 기술 독자 생태계의 핵심인 화웨이 간 대결로 좁혀졌다. 묘하게도 엔비디아 창업주인 대만 출신의 젠슨 황과 군인 출신의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는 공통점이 많다. 혁신과 도전 지향적인 자수성가형에 CEO 자리를 30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20∼30%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다. 자유와 창의를 기반으로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효율과 통제의 ‘당-국가 거국(擧國) 체제’로 미국을 뛰어넘으려는 중국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 장기전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눈부신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5∼10년 안에 승부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미·중 기술 전쟁 속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 국익 극대화 방안에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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