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청, 항생제 내성방지 대국민 캠페인

 

감기는 세균 아닌 바이러스인데

국민 10명중 7명 “감기에 도움”

 

증상 호전에는 거의 효과 없지만

설사·메스꺼움 등 부작용은 뚜렷

 

복용 임의중단땐 내성균 가능성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해야 안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부터 항생제 내성을 인류가 직면한 10대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로 꼽았다. 또 매년 11월 18일부터 24일을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으로 지정해 항생제 내성을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인식 주간 동안 올바른 항생제 사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다. 국민에게는 일상 속 올바른 항생제 사용 실천을, 의료인에게는 책임 있는 처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감기 등의 질환에 항생제 사용이 효과가 있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 감기·코감기에 항생제 효과 없고 부작용은 뚜렷=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이지만, 국민 10명 중 7명은 세균 감염에 쓰는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질병관리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3∼5월 전국 만 14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 72%가 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체계적 문헌고찰 학술지인 ‘코크란 리뷰’에 실린 논문 ‘일반 감기와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의 항생제’(2013)에 따르면 항생제는 일반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의 증상 호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부작용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일반 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와 위약(가짜 약)을 무작위로 배정해 치료한 6편의 임상시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군과 위약군의 상대위험도(RR)가 0.95(95% 신뢰구간 0.59∼1.5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 상대위험도는 항생제와 위약을 각각 투여한 후 1∼7일 시점에 증상이 여전히 남은 환자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로, 상대위험도가 1 이상이면 항생제군에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상대위험도가 0.95이므로 증상 지속 환자의 비율이 항생제군과 위약군이 거의 같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부작용은 명확히 증가했다. 6편의 시험 결과를 합쳐보면, 항생제군의 부작용 발생 위험은 위약군보다 1.8배 높았다. 성인 환자만 따로 보면 그 위험은 2.6배까지 커졌다. 보고된 부작용은 대부분 설사·복통·메스꺼움 등 위, 장과 관련된 증상이었다.

또 연구진은 증상이 나타난 지 10일 이내인 급성 화농성 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시험을 진행한 4편의 논문을 따로 묶어 분석한 결과 ‘누런·초록 콧물이 나오는 비염’에 해당하는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도 항생제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치료 후에도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화농성 콧물이 계속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 보니 항생제군과 위약군의 상대위험도가 0.73(95% 신뢰구간 0.47∼1.13)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면 항생제를 쓴 쪽에서 콧물이 남아 있는 환자 비율이 더 낮아 “약간의 호전 경향”은 있었지만, 신뢰구간이 1 이상을 포함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부작용은 뚜렷하게 늘었다. 항생제 복용군의 부작용 발생 위험은 위약군보다 1.46배(95% 신뢰구간 1.10∼1.94) 높았다. 연구진은 “일반 감기나 10일 이내의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 항생제는 증상을 줄이는 이득은 입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난다”고 결론 내렸다.

신나리 질병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은 “감기가 오래 이어지면서 2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 때만 항생제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생제 복용 임의 중단 안 돼…남은 약 재사용도 위험= 전문가들은 일단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내성균이 남을 수 있다며 복용 중단은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남은 항생제를 재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질환·부위·세균 종류마다 용량·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남은 약을 재사용하거나 가족과 공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항생제가 독하다고 생각해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부모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신장과 간 기능을 가진 아이에게 의사가 용량과 기간을 준수해 처방한 항생제는 안전하다”며 “오히려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고 세균 감염을 방치하면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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