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음 주면 불법 비상계엄이 발생한 지 1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이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당대표를 중심으로 ‘체제전쟁’이라는 프레임과 이재명 대통령 탄핵이라는 구호로 장외투쟁에 나섰다. 국가 위기를 겪었으면서도 여야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정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여야 모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선거구제 덕분에 대안적 3당이 없고, 거대 양당이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승리를 갖게 되는 권력의 독과점이 일차적 문제다.

올해 국정감사는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 입법 독주가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보다 더 심해졌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이 일상화했다. 대표적 사례가 추미애 위원장의 법제사법위원회의 편파적 운영 행태다. 또, 여당은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드잡이에 나섰다. 국민이 선출한 입법권력이 사법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지난 9월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한 셈이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 국민은 관련 범죄자들에 대한 엄한 처벌과 부당이익 환수를 원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민심과도 동떨어져서 검찰의 항소 포기를 옹호한다. 이 재판이 이 대통령과 무관해도 민주당이 검찰의 결정을 지지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이른바 ‘헌법존중 TF’ 구성을 추진하는 의도에 의구심이 생긴다. TF 구성은 법적 근거가 취약하며, 아울러 공무원 길들이기라는 주장이 나름 설득력 있다. 내란 종식이란 명분 아래 민주당의 권력 장악 수단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의 명령이라는 레토릭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나오는 민주당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국민의힘은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문제 속에서 지지도가 20%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행정부에 대한 올해 국정감사의 성과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민주당의 지지가 떨어져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다. 당의 공식 입장은 계엄은 불법이며 헌재의 탄핵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지도부는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입장을 보인다. 그 바람에 대장동 항소 포기라는 호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리더십 부재를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은 내란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하지만, 지도부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지지자 집결 이후 중도로 확장이라는 비논리적 전략을 내세우거나 선거에 중도 세력은 없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한다. 머잖아 지도부에 반대하는 세력이 당대표 사퇴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오늘 오후 국회에서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가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표결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느냐고 비판한다. 결국은 처리될 것이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한데 이 사안을 두고 국회가 파행으로 흐르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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