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를 대대적으로 개조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대법관을 증원하며(14→26명), 법원의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더니, 지난 25일에는 사법부의 인사와 행정 사무 등을 담당하도록 대법원 산하에 두고 있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안(案)에서는 법원행정처를 대신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한다. 이 위원회는 13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법관이 아닌 인사가 최소 7명에서 최대 9명까지 참여하게 되며, 법관은 최소 4명에서 최대 6명이 참여하게 돼 있어 법관이 아닌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돼 있다. 그리고 법관 위원 중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위원은 1명이고, 나머지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2명을 추천토록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장과 법무부 장관이 1명씩 추천하는 위원은 비법관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변호사단체(2명)와 법학교수단체(2명) 및 법원공무원노조(1명) 등은 비법관을 추천하게 했다.
민주당이 구상하는 사법행정위원회안은 사법행정의 정상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형해화(形骸化)하려는 것이다. 헌법 제104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 절차를 규정한 다음, 제3항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관의 임명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라는 절차 외에는 어떠한 제한도 수반하지 않는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다. 여기에는 국회가 법률을 정해서 제한할 수 있다는 법률유보 조항이 따로 붙어 있지 않다.
현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법원조직법 제67조 제2항)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보좌해주는 기관이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구상하는 대로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 법관 인사는 이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한다면, 이는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을 무력화함으로써 헌법 제104조 제3항에 규정된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을 정면으로 침해하게 된다.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그리고 법관 인사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는 법관의 신분상 독립이 사법권 독립의 핵심적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는 결국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게 된다.
현행 헌법상 사법부의 인사권이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돼 있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으며, 일부 학자들은 이를 ‘제왕적 대법원장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비교법적으로 검토를 해 봐도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에서 대법원장이 법관을 임명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권 문제는 헌법개정을 통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헌법의 위임이 없는데도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서 제한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로 아니다.
법관 인사 제도를 설계하는 문제는 현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견제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제도가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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