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서 만난 이후 최근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이 대통령이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관영 언론이 나서서 이 대통령을 띄웠고 최근 부임한 노재헌 주중 대사를 향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노 대사가 부임한 뒤 처음으로 참석한 지방정부 행사였던 ‘2025 한중 산둥(山東) 우호주간’에는 산둥성 당서기뿐만 아니라 16개 시의 당서기·시장까지 모두 참석했으며, 그를 향한 중국 매체들의 관심도 높아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독도 문제를 두고 한국의 편을 든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7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일본의 많은 악성 언행은 주변 국가의 경계와 불만, 항의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침략 역사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독도에 관해 질문한 것은 관영 언론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기자다. 이날 독도에 관한 질문과 답은 모두 사전에 의도된 것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일본과 사이가 급격하게 안 좋아진 이때, 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이뤄지며 분위기가 조금 바뀌려는 조짐이 보이는 이때, 중국이 한국에 강하게 ‘러브콜’을 보내는 셈이다.
중국 언론들이 내놓는 문구를 보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한일 사이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5일 기사를 통해 ‘중한 관계의 긍정적 모멘텀은 일본과의 관계가 얼어붙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모두 새로운 지도자임에도 중국과의 관계 관리 방식이 현저히 다르다’고 노골적으로 둘을 비교했다. 한일 간 틈을 벌리고, 나아가 ‘한미일 동맹’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기사들을 보면 중일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반사이익’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일본으로 가려던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지를 변경한다든가, 사려던 일본 화장품 대신 한국 화장품을 살 수는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여기에 좋아할 때는 아니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말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는 ‘보여주기’식의 의도가 짙다. 중국의 ‘레드라인’인 대만 문제를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는다’ ‘끝까지 간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 주석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고 중국 관영 매체는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일본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곤란을 야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성어 중에 살계경후(殺鷄儆후)가 있다. 닭을 잡아 원숭이를 겁준다는 뜻이다. 이번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는 언제든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에도 “셰셰(謝謝)”, 대만에도 “셰셰” 해서 해결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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