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공동 설명자료는 8월과 10월 두 차례 정상회담 결과의 마무리이자 향후 협의의 출발점이다.
정부가 방어에 고군분투했겠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통상과 투자 부문에서 미국에 줄 것은 숫자로 명확히 서술된 반면, 안보 부문에서 받을 것은 여태까지 합의됐던 내용의 재포장이거나(확장억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모호하고(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달러의 포괄적 지원), 원칙적 합의(농축 및 재처리, 핵 추진 잠수함 건조)에 그친 부분이 많았다. 문서가 조약이 아닌 정치·외교적 성격을 가졌지만, 이행 과정에서 안보와 직결되거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야기하는 사안은 국익의 철저한 점검 차원에서 형식 요건을 떠나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옳으며 여론도 그런 방향이다.
우선, 동맹 현대화 의제다. 자강은 군대의 전투력(무기)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3.5% 증액과 250억 달러 규모의 군사장비 구매는 자강 차원에서 필요하다. 다만, 10년간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 달러의 포괄적 지원(연 33억 달러)은 방위비 분담금의 향후 협상에 있어 지금까지(2026년 약 11억 달러)보다 대폭 증액을 뜻하므로 정부는 미국 측의 반대급부를 통해 국민의 세금이 옳게 쓰이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 또한, 전작권 전환의 경우 조건의 마지막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이 2027년 개시되는 점을 고려, 군과 국민의 심리적 자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군은 전쟁의 주도적 수행에 따라 주한미군의 보조적 역할 전환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과 의존적 타성을 탈피해야 한다. 또한, 주한미군이 유엔군사령부로서의 임무를 강화함에 따라 주일 후방사령부의 기능 활성화와 이에 따른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 강화가 필수이다.
둘째, 전략적 유연성 의제는 20년 전 미 2사단 병력의 한반도 밖으로의 전개 문제에서 제기됐고, 현재는 대만해협 사태 시 미 제7공군이 소재한 오산기지의 발진기지화 문제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6년 1월,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존중하고, 미국은 지역 분쟁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합의 이후 변화가 없다가 최근 재점화됐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사태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 발언과 이에 대한 중국의 격한 반응에서 보듯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은 동아시아 전체가 전쟁 지역화하는 큰 사태이므로 전략적 유연성은 합의 문구보다, 사태의 발생과 전개, 미국의 개입 형태와 규모 등 큰 요소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미군 전략자산의 수시 배치, 한반도 직접 발진 우회 방안 수립 등 준비가 요구된다.
셋째, 핵 추진 잠수함(핵잠·SSN) 건조 문제다. 이 문제는 미 행정부 내 여러 기관과 의회의 절차가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 등 10년 이상의 건조 기간이 소요되는 법적·행정적·외교적 과정이 있다. 지난 30년간 논의됐지만, 우선순위·예산 확보·유용성 등의 시비로 인해 결실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추진력을 갖게 됐다. 핵잠 보유 필요성은 좁은 군사전술적 시각이 아닌, 더 넓은 안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내 칼도 남의 칼집에 들어가 있으면 빼기 어렵다(吾刀入他초難拔·오도입타초난발). 자강이란 우리 손에 강한 무기가 있음을 뜻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핵잠 건조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상응하는 치명적 무기 확보를 통한 해군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마땅하다. 북한이 핵도미노 현상 초래 등 적반하장격 억지 논리로 비난하고 있음은 오히려 추진 명분을 반증한다. 밖으로는 안보와 경제면에서 신냉전적 전략 경쟁이 격화하고 중일 간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며 한반도에서 북한의 호전성은 갈수록 고조되는 비상시기에 확고한 정체성 견지가 요구된다. 그런데 그동안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해온 대통령이 이젠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띄운다. 또한, 정부 일각의 남북 간 잠정적 특수관계와 다른 쪽의 평화적 두 국가론 주장 중에서 대통령의 입장이 뭔지도 혼란스럽다. 국가안보는 모순과 불협화음이 아닌 일관되고 초당적인 장기 전략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