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박윤슬 기자

시장 한쪽 바닥에 놓인 상자가 눈에 띄었다. 인형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강아지였다. 상자 안에는 작은 노견이 몸을 낮게 웅크린 채 있었다. 움직임은 둔했지만 눈을 감았다 뜨고, 잠깐 졸다가 다시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분명 살아 있는 강아지였다. 바로 근처에서 바삐 움직이던 상인이 그 보호자였다.

강아지를 찍는 것이냐고 물은 상인은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연신 말을 이어갔다. 예쁘게 찍어달라, 얼마나 똑똑하고 예쁜지 모른다며 숨을 고르는 틈도 거의 없었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그는 손수레를 당겨와 다른 짐들과 함께 강아지가 들어 있는 상자도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이 아이가 이미 10여 년을 살아온 노견이라는 사실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었다. 평균 수명 15년 안팎에 비추면 이미 노년의 긴 구간을 지나고 있는 셈이지만 상인의 눈에는 여전히 ‘아기’였다. 이 예쁜 아기를 혼자 집에 두고 나올 수 없어 함께 시장으로 새벽 출근한 지 오래되었다며 아기가 얼마나 많은 재주를 부릴 수 있는지, 어렸을 땐 얼마나 더 예뻤는지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한 금융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반려인은 154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에 이른다. 2000년대 이후 ‘애완’ 대신 ‘반려’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고, 2010년대를 지나며 반려견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70% 이상으로 높아졌다. 노령동물과의 삶, 마지막 시기를 함께 준비하는 문화 또한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아기여서, 귀여워서 품에 안았던 존재들도 결국 함께 나이를 먹는다. 아니, 그들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인간에게 나이 듦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그들에게도 노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제는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진짜 가족으로서 그들의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함께하려는 시대가 왔다.

■ 촬영노트

어떤 이에겐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아기로 남을 반려동물들을 떠올리며.

박윤슬 기자
박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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