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부추가 뭐라고. 방언 연구자들은 부추를 접할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 부추는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이지만 우리 음식에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부추김치가 있다지만 흔하지 않으니 오이소박이에 잘게 썰어 넣은 것이 더 익숙하다. 고기를 먹을 때 곁들이기도 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주인공은 아닌, 등급이 낮은 조연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다른 방언형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례이기도 하다.

부추의 방언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정구지’인데 이 외에도 ‘졸/솔, 소불/소풀, 세우리’ 등이 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구채(구菜)’나 ‘난총(蘭총)’은 동의어로 사전에 올라 있기도 하다. 부추의 방언형은 네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로 관련성이 적으니 각기 다른 기원을 가진 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추의 원산지를 중국 서부 또는 시베리아 지역으로 보니 이 지역의 말이 여러 갈래로 흘러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채소의 이름이 남북 분단 이후 묘한 분화를 겪게 된다. 남쪽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부추’를 표준어로 정했는데 북쪽에서는 ‘푸초’를 문화어로 정했다. 평안도나 함경도에서 이 말이 많이 쓰이고 북쪽에서 표준어를 정할 때 이 말을 기준으로 했다면 굳이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결국 이 채소 이름마저도 분단된 셈이다.

통일이 되거나 그 이전에 서로가 소통하려고 하면 이 채소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실 ‘부추’와 ‘푸초’의 거리가 그리 먼 것도 아니니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떤 채소인지 알 수도 있다. 게다가 부추의 여러 방언형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 ‘푸초’ 또한 방언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굳이 ‘부추’나 ‘푸초’ 하나로 통일해야 할까? 같은 채소라도 기후와 토양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말 또한 그래도 되지 않을까? 채소는 골고루 먹는 게 좋고 말 또한 다양하고 풍부하게 쓰는 게 좋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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