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최근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라면, 김밥, 과자 등 K-푸드 역시 자연스럽게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와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K-콘텐츠의 확산은 K-푸드에 대한 호감과 소비로 이어지며 우리 식품의 세계 시장 진출을 빠르게 견인하고 있다.

K-푸드가 지속적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과 품질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필수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식품 안전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핵심인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우리나라가 CODEX 가공과채류분과위원회 의장국으로 공식 선출된 것이다. 이로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김치·고추장·인삼제품과 식혜·곶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의 세계 규격화를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다.

CODEX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세계 최대의 식품 규범 기구로, 189개 회원국이 참여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인정하는 유일한 국제 식품 안전 및 무역 기준이다. 여기에서 채택된 규격은 각국의 수입 기준과 식품 산업의 전략을 좌우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관세 통상 분쟁에서도 표준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분과를 주도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이 단순히 ‘규범을 따라가는 국가’를 넘어 ‘규범을 만드는 국가’로 도약했음을 상징한다.

우리나라는 1971년 CODEX에 가입한 이후 다양한 국제규범 개발 과정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 의장국(두 차례), 아시아지역조정위원회 의장국, 식품첨가물분과위원회 공동의장국 등을 맡으며 글로벌 리더십과 식품 안전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경험이 이번 의장국 선출에 탄탄한 기반이 됐다.

의장국 역할은 K-푸드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ODEX 규격은 세계 시장 진입의 핵심 열쇠이자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치와 인삼 등 이미 세계 규격화를 마친 품목은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앞으로 고구마와 감 및 식혜, 그리고 장류 등 다양한 전통 식품으로 규격화가 확대된다면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은 더욱더 가속화할 것이다.

식품 규제 외교의 지평이 넓어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식품 기준은 한 나라의 식문화 수준과 규제 역량, 그리고 산업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규범으로서, 이를 주도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높은 신뢰를 얻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기관장 협의체(APFRAS)를 주도하며 지역 협력 체계를 다져 왔다. 앞으로 이 협력을 국제 규범 활동과 연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목소리를 국제 기준 논의에 반영하는 교량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식품 산업은 이제 맛과 가격을 넘어 어느 나라의 기준이 국제 표준이 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번 의장국 피선은 대한민국이 그 중심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다. 식약처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우리의 수준 높은 식문화와 식품안전관리 역량을 국제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글로벌 식품 안전 체계 구축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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