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호 변호사, 前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6일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형사재판에서 검사 4명이 퇴정한 데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앞서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위증 혐의 등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증인 신청·채택 문제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고 법정에서 퇴장한 검사 4명 등에 대해 감찰을 하라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의 중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데, 지난해 국회에서 ‘검찰 조사 때 술 파티를 벌였다’는 발언과 관련해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가 적용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함께 수원지법 형사11부에서 심리 중이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64명 중 6명만 채택하고 나머지는 기각하자, 공판검사는 “충분한 입증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고 퇴정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8조 1항은 검사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9조 이하에서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을 규정하고 있다. 기피신청이 있으면 재판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하지 않은 한 소송 진행을 정지해야 한다.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과 퇴정 행위는 형사소송법상 허용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법정 퇴정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면서 “사법부의 독립과 존중은 삼권분립과 민주 헌정 질서의 토대이자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한 것이다. 현재 사법권의 독립과 존중을 위협하는 것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에 대한 압박과 대법원장 청문회,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4심제) 도입 논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 외부 인사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안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25일 공개한 ‘사법행정위원회’설치안은 5년 전 ‘삼권분립 침해’ 등 위헌이라는 각계의 비판을 받고 무산된 법안과 비슷하다.
현행 헌법은 대의민주주의 실현과 삼권분립을 위한 조치로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순으로 편제돼 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가 대화와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입법과 삼권분립의 취지에 부합하는 견제를 해야 한다. 다수당의 정략적인 판단에 치우친 입법 횡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이 대통령은 대북 송금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지난 7월에 ‘국정 운영의 계속성’ 등을 이유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증언이 유·무죄와 직결된다. 이 사건이 공소취소되거나 무죄가 나오면 이 대통령에게 유리해진다. 관련 사건의 검사들에 대한 감찰 지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위 법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국가원수이며 행정권의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진행에 관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관을 기피신청하고 퇴정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며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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