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주도한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결코 거저 이뤄진 게 아니다. 발사부터 탑재 위성의 목표 궤도 안착과 비행 종료까지 18분25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최소한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수많은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밤낮없이 노력한 결과다. 27일 새벽 발사 성공이 최종 확인된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관계자들은 “밤낮없이 일하느라 와이프가 출산하는데도 제때 못 간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다들 휴일을 잊고 일했다” “한화 직원들은 수개월씩 고흥 현장에 파견 나가 주말도 없이 일을 배웠다”는 등 후일담을 전했다. 이들의 노고에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 수십 년 뒤진 기술을 따라가는 데도 이런 지경인데, 글로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생하게 말해준다는 점이다.

우주항공 분야를 포함한 모든 첨단 분야 연구개발에는 연속성과 집중력이 생명이다. 반도체·AI·바이오 산업은 몇 년 단위가 아니라 분기·반기마다 기술이 진화하는 초격차 시장이다. 실험이 중간에 끊기면 효율은 급락한다. 엔비디아와 TSMC 연구원이 밤새워 연구할 때 한국에선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996 근무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최첨단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는 “주 80~100시간” 일해야 한다는 식의 독설로 유명하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기업의 4분의 3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연구개발(R&D) 성과가 줄었다”고 답했다. 이런데도 국회는 ‘R&D 인력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뺀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근로시간은 추후 논의한다는 부대 조항을 붙일 것이라고 한다. 여당이 ‘52시간제 예외의 물꼬를 틀 수 없다’는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어 전망은 불분명하다. 이번 반도체특별법에서부터 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을 확대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포함시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재정적·행정적 지원 효과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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