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10.13∼11.6 이어진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고 예산심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여야 합의에 상관없이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가운데 2일은 헌법이 규정한 처리 시한이다.

지난 17일부터 국회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는 감액심사를 통해 728조 원 규모의 정부안(案) 중 1200억 원을 감액하고 196억 원을 증액해 1015억 원 수준의 순감 조정을 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지역화폐발행 지원 1조1500억 원, 국민성장펀드 조성 1조 원, 대미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 1조9000억 원 등이다. 이들 쟁점 사항을 예산안조정소소위(여야 간사 등)에 일임하는데 합의는 난망하다. 이 와중에 쪽지예산이 난무하고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책임 있는 예산배분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는 반복된다.

새해 나라 살림의 경제 환경은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제적 실력을 가늠하는 상대가격 즉, 환율의 불안정이 걱정이다. 요인은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즉, 해외시장과 비교할 때 우리 자본시장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기인한 선호도 저하, 수출 대기업의 달러 표시 해외 상품 판매대금들의 환전 기피,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자본시장 이탈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의 펀더멘털, 즉 경제 실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발표대로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분야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해야 안정적인 국민경제 운용이 가능하다. 6대 분야의 구조개혁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방향으로 지속적인 정부 역량을 집중하는 게 우리의 선택지이다. 나라 살림도 이 방향으로 짜여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도 잘 지적했듯이, 지금은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해서 경제 회복 국면을 강화할 때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견조한 회복 추세를 보이는 데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와 함께 IMF는 연구개발(R&D) 혁신투자 강화,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 그리고 국가채무 비율과 재정수지 등 재정기준점을 포함한 중기 재정 체계의 보완을 주문했다. 잠재성장률이 회복되면 재정 기조를 건전성 국면으로 조정하고,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서비스 및 중소기업의 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거시재정 운용과 거품을 만드는 선심성 예산 삭감 및 구조개혁에 필요한 재정 확충도 덧붙였다.

내년에도 보건·복지·고용 부문의 예산은 269조1000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역전, 건강보험의 재정수지 악화 등 구조개혁을 위한 예산 반영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예산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견된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방식의 혁신이 반영되지 못했고, 교육세 지원 방식을 영유아 지원과 고등교육 지원 중심으로 전환했는데도 실제 고등교육으로의 지원 확대 및 유·보 통합에 필요한 어린이집 구조혁신 방안은 반영되지 못했다. 재정 확장이 필요한 시기에도 써야 할 분야에 집중하고 선심성 지출은 과감히 구조조정 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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