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까지 학고재서 유리 개인전
회화·설치미술품 등 50점 내놔
관계와 존재의 불가해성 조명
‘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 ‘상실의 가능성과 영원의 염원’(사진) ‘무거운 언어들의 책’ ‘내부와 외부를 연결짓는 방법’…. 단편소설일까, 철학서일까. 이 짙고 무거운 말들이 가리키는 것은. 서로 다른 존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에 집중해 온 유리(31) 작가가 신작들에 붙인 제목이다.
“모든 관계의 근원은 부재에서 비롯된 이어짐”이라고 말하는 유리 작가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투명한 고리’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회화와 설치작품 등 신작 5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로, 슬픔을 봉인하는 우리의 본능과 상실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으면서도 영원한 것을 좇는 마음, 끊어질 듯 유지되고 서로 스며드는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은유가 넘친다. 이주연 학고재 큐레이터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의 결을 포착하려는 시도”라며 “작가는 삶 속에서 우리를 감싸는 투명한 관계망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은 시든 꽃, 오래 쓴 드로잉 종이, 외할머니의 목걸이에서 떼어낸 작은 구슬, 사적인 기억의 조각들을 레진 속에 가둬 둔 형태다. 이때 그 모든 건, 더 이상 개인적 기억의 파편에 머물지 않게 된다.
전시명과 같은 제목의 회화 ‘투명한 고리’는 화면 상단 양쪽의 두 송이 꽃이 고리로 연결돼 있다. 또, 하단에는 올해 세상을 떠난 작가의 반려묘가 있고, 반려묘 다리에는 ‘붉은 실’이 묶여 있다. 작가는 이를 “다음 생에서 반려묘를 알아보기 위한 장치”라고 말한다. ‘상실의 가능성과 영원의 염원’은 나무 블록과 투명 레진, 붉은 실, 아크릴 물감 등이 결합돼 하나의 다층적 신체처럼 구성돼 있다. 즉, 이번 작품들에는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부재와 존재가 동시에 담겨 있다. 작가가 오래 탐구해 온 ‘연결성’의 사유가 더욱 깊고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