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우 감독·주연 ‘윗집 사람들’

 

함께 저녁식사하는 네 남녀

아슬아슬 선 넘는 대화·몸짓

웃으며 볼 수 있게 강약조절

현실적 캐릭터도 공감 유도

 

13년전 ‘러브픽션’ 연인 호흡

공효진과 재회도 관전포인트

감독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 하정우(오른쪽)는 원작인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을 바탕으로 각색·연출하고, 직접 ‘김 선생’까지 연기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제공
감독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 하정우(오른쪽)는 원작인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을 바탕으로 각색·연출하고, 직접 ‘김 선생’까지 연기했다. 바이포엠스튜디오제공

‘부모님이랑 보러 가도 되는’ 청소년관람불가 섹시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 매콤한 대사와 몸짓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도록 강약 조절이 수시로 이뤄진다. 감독 하정우의 역량이면서도, 대중에게 너무나 친숙한 배우 하정우와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의 조합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하정우와 공효진은 13년 전 작품 ‘러브픽션’에서 여자친구의 ‘겨드랑이 털’마저 사랑한 현실 연인 호흡을 선보였던 인연이 있으니 윗집 남자와 아랫집 여자의 조합을 흥미롭게 지켜볼 관전 포인트도 자연스럽게 추가됐다.

3일 개봉한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의 첫 장면은 디지털 시계에 적힌 숫자 ‘PM 10:50’이다. 이어 시선은 혼자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는 아랫집 여자 정아(공효진)로 이동한다. 정아가 “오늘은 10분 일찍 시작했네”라고 건조하게 말하는 데서 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윗집의 괴성이 꽤 오래 이어져 왔음을 간파한다. 같은 시각 정아의 남편 현수(김동욱)는 옆방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한다. 부부 사이에 카카오톡으로 딱 필요한 이야기만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이 오간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윗집 부부에 대해 정아는 부러움을, 현수는 불쾌함을 느끼는 점마저도 상극이다.

권태기 부부가 민폐 부부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는 결전의 날이 오고, 본격적인 ‘티키타카’ 대사로 가득한 소동극이 시작된다. 정아의 “인테리어 하는 소음을 다 참아 줘서 저염 스팸 12캔을 올려 보냈었지”에 대한 현수의 완벽한 대구, “걔네가 매일 밤 쿵쾅대는 거 예의가 있는 사람들이면 한우 12마리를 우리한테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로 하정우표 ‘말맛’이 시작된다.

초인종을 누른 윗집 부부의 정체는 김 선생(하정우)과 수경(이하늬), 둘은 재혼 커플이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유튜브를 병행하는 수경은 “스스로 이혼을 ‘당했다’고 소개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며 가식 하나 없는 솔직한 캐릭터를 보여 준다. 원숙한 네 남녀의 저녁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바로 와인. 이 와인의 라벨에는 ‘Four Some’(포섬)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아무리 술자리 대화라도 자꾸만 선을 넘고, 급기야 요란한 애크러배틱 요가 동작까지 선보이는 윗집 사람들의 속내를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하정우와 공효진은 2012년 영화 ‘러브픽션’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NEW제공
하정우와 공효진은 2012년 영화 ‘러브픽션’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 NEW제공

아랫집 부부에게선 화가, 감독으로서의 하정우의 정체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술강사인 정아네 집 벽에 걸린 그림들은 실제 하정우가 그린 것들이다. 현수의 직업은 신인 감독으로, 매일 밤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시나리오를 붙잡고 씨름한다. 그런 현수를 김 선생은 은근히 무시하고 놀려 먹는다. 하정우는 “저 자신과 동료 영화감독들의 우스운 모습을 현수 캐릭터에 담아냈다”고 고백했다.

‘러브픽션’ 때와는 반전된 하정우와 공효진의 캐릭터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어수룩한 소설가(지망생) 주월과 날라리 영화 수입 에이전트 희진을 연기한 두 배우는 ‘윗집 사람들’에선 능구렁이 김 선생과 그에게 순순히 휘둘리는 욕구 불만의 아랫집 여자로 만난다. 공효진은 “실제로 그때 정우 오빠는 로맨스 경험이 거의 없었고, 제가 더 노련했다”고 떠올렸다.

‘윗집 사람들’은 전작인 ‘로비’보다 대중적인 유머 감각을 탑재했는데, 이에 대해 하정우는 “사람들이 제 특유의 코미디에 공감을 못 하는 걸 느꼈다. 그 점을 반성하고 이번에는 보편적인 감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다만 융단 폭격 같은 성적 묘사와 각종 기행으로 정신없는 전반부 코미디가 지나가고, 아랫집 부부가 서로에게 소원해지게 된 마음의 응어리를 짚어 가는 후반부 드라마가 시작될 때 긴장도가 훅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물론 정아와 현수에 더욱 깊이 공감한다면 이마저도 몰입해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민경 기자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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