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어릴 때 예민한 기질이 있기는 했지만, 조잘조잘 말도 잘하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말수가 줄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자꾸 짜증을 내고 사소한 질문에는 대답을 안 합니다. 잠도 너무 많이 잡니다. 자꾸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도 입에 달고 있고 뭐가 힘드냐고 물어도 자세하게 말을 안 합니다. 사춘기라고 생각하면서 지켜보고 있지만, 점점 더 힘들어 보이는 듯해 걱정이 됩니다. 그냥 둬도 될까요? 아니면 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가보아야 할까요?
A : 사춘기와 우울증 구별해야… 무조건적으로 비난은 안돼
▶▶ 솔루션
사춘기의 감정 기복과 청소년기 우울증은 구별해야 합니다. 사춘기는 누구나 경험하는 시기로, 사춘기 시절의 몸과 마음의 변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사춘기는 생물학적으로 성호르몬이 급변해, 아이들은 이차성징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합니다. 또 뇌 발달의 변화가 나타나는데 충동과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활성화는 빠르게 진행되지만, 이를 조절하는 전두엽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 조절이 미숙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짜증이 많아지고 충동적이며 부모와 잦은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도 불안해하고 걱정을 하며 때로는 매우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다만 대부분 아이는 성숙하면서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정상 범위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의 변화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이전보다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도 재미없어하고 학교생활에도 흥미를 잃고 위축되는 것, 식욕이 너무 없어지거나 혹은 폭식을 하고 잠도 너무 못 자거나 많이 자는 모습, 반복적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자해 행동을 하는 상태들은 주의를 기울여서 보아야 합니다.
청소년기의 우울감은 기분과 생각의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 상태 변화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유 없는 두통, 복통 등 몸의 불편감이 있고, 내외과적으로 시행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면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의 진단 기준에서도 청소년 우울증은 ‘우울 기분’보다는 ‘짜증을 내는 분노의 기분’을 주 증상으로 하고 있듯이 어른들의 우울증과는 여러 가지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우울증도 병이기 때문에 조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성인기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업도 힘들어지며, 더 심한 경우에는 자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사춘기 시기의 반항이 아니라 도움을 주어야 할 상태일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행동으로 보이는 징후들을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적절한 훈육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기보다는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과 생각을 들으려는 자세는 중요합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더욱 힘들어 보이고,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면 사춘기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고 적극 치료를 하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보호의 시작입니다.
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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