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What, Why - 광장시장 ‘바가지 가격’

 

최근 2년새 세 차례 논란 생겨

국내 손님 줄고 외국인이 다수

대부분은 정량 표시 없이 장사

메뉴판 사진과 실제 양도 달라

 

“일부 노점에서 ‘바가지’ 판매”

상인회간 갈등 커져 소송까지

구청 “노점 실명제 시행·관리”

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이 지난달 불거진 ‘바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2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이 지난달 불거진 ‘바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백동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상인들도 중국어와 일본어 등 다소 서툰 외국어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는데, 마치 한국에 있는 작은 외국 같았다. 시장 전체를 둘러봐도 내국인보다 외국인 손님이 훨씬 많아 보였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표 전통시장이지만, 광장시장 노점에서 파는 제품의 가격이나 서비스의 질은 명성에 걸맞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메뉴판에 광고한 것과 실제로 나온 음식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메뉴판에 나와 있는 떡볶이에는 어묵과 떡이 골고루 푸짐해 보였지만, 4000원을 내고 실제로 시킨 떡볶이는 성인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떡 7개가 전부였다. 메뉴판에 있는 꼬마김밥 1인분은 10줄 정도였지만, 실제로 시켜보니 6줄에 그쳤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호주 관광객은 “노점에서 문어숙회와 소고기를 시켰는데 맛도 없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했다.

지난달 초 구독자 151만 명의 유튜버 A 씨가 광장시장 순대 노점상의 가격 눈속임과 불친절 등을 지적하는 영상을 게시한 후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상인회 자체적으로 영업정지 10일 징계를 내리는 등 시장 운영 개선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바가지 논란’ 때문에 시장 이미지가 훼손되고, 곧바로 제품·서비스 품질 하락과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육회 점포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며 “최근 논란 이후 손님과의 마찰이 두려워 억울하다고 느끼는 항의도 무조건 받아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반찬가게 사장은 “고정비만 매출의 60%를 차지하는데 매출의 3분의 1이 줄어드니 사실상 버는 돈이 없다”며 “손님들도 중량과 어떤 용기에 담아주는지부터 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은 ‘광장시장’과 ‘광장전통시장’ 등 2개 구역으로 나뉘며 각각 상인회를 두고 있다. 광장시장은 1956년 지어진 3층짜리 광장주식회사 건물을 중심으로 시장 서문까지 속한다. 이 구역의 요식업, 의류, 침구류, 전통공예 등 200여 개 일반 점포가 광장시장총상인회에 속해 있다. 먹자골목부터 동문까지 광장전통시장에 위치한 250여 개 노점이 광장전통시장상인회를 구성하고 있다. 내·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 논란은 주로 광장전통시장 내 노점들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 때문에 손님이 끊겨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일반 점포 측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광장시장에선 ‘바가지 논란’이 세 차례 터졌다. 지난 2023년 11월 한 유튜버가 베트남에서 온 지인 2명을 위해 1만5000원어치 모둠전을 시켰는데 애호박전 1개, 맛살전 1개, 두부전 한 조각 등 조그만 전 10조각이 나온 것이다. 터무니없는 양과 품질에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듬해 4월에도 광장시장 일부 상인이 외국인에게 시키지도 않은 메뉴를 섞어 팔며 바가지를 씌웠다는 유튜브 영상이 게시되면서 ‘바가지 논란’은 다시 촉발됐다. 외국인이 고기만두를 주문했는데 시장 상인은 김치만두를 섞어 2배의 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달 순대에 시키지 않은 고기를 섞어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사태가 터지면서 광장시장의 바가지는 더 이상 논란이 아닌 고질병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광장시장에선 상인 간 갈등이 소송으로 커질 기세다. 지난달 12일 ‘광장시장총상인회’는 ‘광장전통시장상인회’에 내용증명과 함께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광장시장총상인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당장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달 내에 노점상인회와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광장전통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 차원의 자정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모둠전 논란’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했고, 문제가 된 노점에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판매하는 음식을 대상으로 정량표시제도 시행하려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로 광장시장 노점 중 별도로 정량을 표기한 곳은 손에 꼽았다. 꼬치어묵, 꽈배기 등 개수 단위로 판매하는 점포를 제외하고, 대부분 노점은 정량 표시 없이 ‘1인분’ ‘소(小)자’ ‘대(大)자’ 등만 게시해 음식을 팔고 있었다.

한편 종로구청은 광장시장의 질서·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달부터 노점실명제를 시행했다. 노점실명제는 상인 1명에게 노점 1개만 허용하고 임대나 매매를 금지해 무질서한 노점 난립을 방지하는 제도다. 노점 운영자는 도로점용료를 내고 합법적으로 영업하게 되며 위생 관리 등 정해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광장전통시장상인회 결성 22년 만에 도로 점용 허가가 난 것이다.

노지운 기자, 김지현 기자, 성윤정 기자
노지운
김지현
성윤정

성윤정 기자

편집국장석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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