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열매 - 나눔으로 어둠을 밝히는 사람들

(4) 세종 종촌어린이집

 

생일 맞은 원아 학부모가 기부

원장·교사들도 같은 금액으로 동참

8년간 모금회에 1047만원 전달

 

원아·부모님과 직접 김장 담그고

홀몸어르신 초청해 공연·꽃 선물

8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정미란(여·56) 세종 종촌어린이집 원장이 지난달 25일 원아들을 돌보고 있다.윤성호 기자
8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정미란(여·56) 세종 종촌어린이집 원장이 지난달 25일 원아들을 돌보고 있다.윤성호 기자

“기부도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하면 다음에는 더 쉽죠.”

35년 차 어린이집 교사이기도 한 정미란(여·56) 세종 종촌어린이집 원장은 지난달 25일 문화일보를 만나 이 같은 자신의 기부 철학을 밝혔다.

정 원장은 “어린이집에 교과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에 대한 교육을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활동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를 경험해보면 나중에도 망설임 없이 기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세종 종촌어린이집은 지난 2017년부터 8년간 매년 아이들의 생일을 맞아 모은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왔다. 생일을 맞은 원아의 생일 케이크나 미역국 등의 음식을 어린이집에서 준비해 주는 대신, 해당 원아의 학부모가 1만 원씩 어린이집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모인 금액은 지금까지 1047만 원에 달한다. 기부금은 세종시 종촌동 커뮤니티 내에서 갑작스러운 실업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투병 중인 이웃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정 원장은 “어린이집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 생일 파티가 너무 자주 열린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생일 때마다 어린이집에 케이크를 보내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시는데, 차라리 케이크값으로 기부를 권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기부를 처음 생각하게 된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부담 없는 선에서 1만 원씩 기부할 것을 제안했는데, 다행히 학부모님들이 흔쾌히 수락해주셨다”며 “특히 자녀의 생일처럼 축하하고 싶은 날에 기부하는 건 더욱 기념이 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신다”고 말했다. 교사들과 정 원장 본인도 생일마다 1만 원씩 기부한다고 한다.

정 원장은 모금액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생활 속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김장이다. 정 원장은 종촌동에 사는 독거노인들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남는 김치가 좀 없느냐’고 문의한다는 소식을 듣고 김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장을 하는 날엔 일부 학부모를 초청해 아이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고, 아이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편지와 함께 기부한다.

이 외에도 명절에 들어온 선물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고사리 프로젝트’, 어버이날을 맞아 독거노인을 초청해 공연을 하고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정 원장은 “아이들한테 ‘이게 기부야’라고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기억에 더 오래 남을 것”이라며 “기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도 기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기부 활동이 학부모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정 원장은 “자녀와 함께 기부를 했다는 생각이 학부모님들께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한 어머님은 아이들을 도와 카네이션을 만드는 일을 하셨는데 너무 큰 보람을 느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사람은 다음에 무언갈 기부할 때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우리 어린이집을 통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도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 - 사랑의열매 공동기획

이현웅 기자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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