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

인터뷰 = 김인구 문화부장, 정리 = 박동미 기자

오늘(3일)로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꼭 1년이 됐다. 지난 1년간 우리는 탄핵과 대통령 재선거라는 초유의, 혹독한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그때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국내 종교 지도자들이 통합의 메시지를 꺼냈다. 비록 그게 즉각적인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소망과 염원이 모여 결국 큰 물결을 이루게 될 것을 믿고 있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특검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과연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교에 길을 묻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리더가 원로목사인 류영모(71) 전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대표회장이었다. 류 목사는 교단 내에서 각종 민원과 청탁을 뿌리 뽑은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세운 개척교회(한소망교회)를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후에는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청렴의 목회자로 통한다. 1988년 목사 임직 후 37년간 믿음과 봉사에 헌신한 류 목사를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나부터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근 노포에서 수제 순두부로 점심을 한 후 이어진 인터뷰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류 목사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추가 서면에도 성심껏 응했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했다. 전례 없이 2차 특검을 검토하며 폭주하는 여당에 대해서는 용서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고, 계엄 대국민 사과로 내분에 빠진 야당에 대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라”고 조언했다.

◇종교와 AI의 결합…새로운 종교의 시대가 온다

―한소망교회 이후 지금은 나부터포럼 일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단체이고 무슨 일을 하나요.

“나부터포럼은 제가 CBS 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 만든 단체입니다. 천주교의 ‘내 탓이오’처럼 기독교 정신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재난 상황 등이 있을 때 달려가서 섬기는 역할을 해보자는 것, 반 발짝 정도 앞서서 한국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보자는 포럼입니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국 교회의 미래를 고민해봤습니다.”

―AI와 종교의 결합, 매우 선구적이지만 동시에 이질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AI를 종교에 접목하게 되었나요.

“해마다 많은 트렌드가 뜨고 집니다. 그러나 AI처럼 모든 영역을 주도하는 트렌드는 없었다고 봅니다. 첫째 앞으로 5년간 AI는 지난 100년 동안의 트렌드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AI의 속도성과 윤리성입니다. 속도성은 과학이 할 일이고, 윤리성은 교회가 할 일입니다. AI의 효용성과 위험성을 알릴 수 있고, 소외계층을 보살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과학 시대에 영성과 덕성, 즉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은 종교의 영역이라고 믿습니다.”

―AI가 더 좋은 설교문을 쓸 수 있다면 목사라는 직업도 AI 시대에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닐까요.

“과학기술 시대에 목사의 영역으로 남는 것은 바로 인간다움입니다. 이어령 교수가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 그랬듯이 물질문명 사회에서 덕성의 시대, 영성의 시대로 가는 것이 목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은 더 외로움을 느낍니다. 함께 울어주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AI는 절대 못 하는 게 바로 이런 경험입니다. 목사의 영역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시대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종교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들이 실제 국내 교회에 어느 정도나 도입돼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목사님들 가운데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를 쓰면서 목회하는 분이 80%가 넘습니다. 교회가 제법 속도감이 있습니다.”

◇“뭐든지 내 것이라는 생각 버려야”

―목사님은 특히나 일반상식에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결단을 많이 내리셨더라고요. 맨손으로 개척한 교회를 세습하지 않고 평화롭게 후임에게 건넨 것도 교단에 매우 귀감이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교단은 자녀에게 교회 승계를 못 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 법은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지켜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교회를 대표했던 저로서는 한소망교회만큼은 정당한 길로 갔으면 했어요. 그래서 공식 승계위원회를 열고, 교회의 비전과 가치, 영성 승계 절차를 마련했어요. 그런 과정을 1년 이상 거치면서 이젠 교회를 맡겨도 되겠다는 분에게 전해드렸습니다. 모세의 리더십이 여호수아에게 승계되듯이, 엘리야의 리더십이 엘리사에게 승계되듯이 우리도 성경적인 가치를 실천해 보자고 한 거죠. 그런데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물론 당연하지요.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잖아요. 따라서 고민과 유혹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유혹도 고민도 없었습니다. 아쉬움과 섭섭함도 없고요. 제가 달려온 길을 최선을 다해서 달려왔을 뿐입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의 100%를 발휘했기에 후회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여기까지가 네 일이다라고 하면, 기꺼이 감사하고 멈추는 것이죠.”

―교단의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복잡할 것 없습니다. 말하자면 ‘공적 복음’이거든요. 복음은 내 것이 아니고, 교회는 공공의 것입니다. 뭐든지 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려운 겁니다. 하나님께로 세우면 간단해요. 나부터포럼이 있는 이 건물도 우리 장로님들이 제 이름으로 등기를 친다고 해서 안 한다고 했어요. 하하.”

◇“교회는 권력에 빚지지 말아야”…아령사회에서 팽이사회로

―맞습니다. 사람들이 교회에 손가락질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실은 이렇게 당연한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불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부 종교 인사들이 극단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든 사람들은 정견(政見)이 있습니다. 그 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탓할 일이 아닙니다. 다만 권력과 교회가 결탁하면 악습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죠. 만약 그 악습의 고리가 남아 있으면 교회는 예언자적 기능, 사회 감시의 기능, 권력자와 위정자를 비판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맙니다. 교회가 그들에게서 이익을 얻었다면 교회도 권력에 빚진 자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영적인 사랑의 빚 외에는 빚을 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권력자나 위정자들로부터 교회가 필요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대통령과 장관, 의원님이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우리가 기도할게요.”

류영모 목사가 지난달 2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이후 극단으로 치달은 우리 사회에 통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류영모 목사가 지난달 2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이후 극단으로 치달은 우리 사회에 통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종교, 정권에 기대면 세속주의 되고… 정권이 교회 이용하면 썩어”

정당·위정자·교회 각자 다른 힘에 의지하지 않고 역할 감당해야

AI, 설교 도울순 있지만 인간의 고통 위로하는 건 목사의 몫

탈종교의 시대에 맞는 한국 교회선교 140주년

초기 선교사 정신으로 빛과 소금 역할하면 기회 맞을 수 있어

―때론 종교 단체가 선거, 투표와 연결되면서 잡음이 일기도 합니다.

“우리가 투표에서 몰표를 줬으니까 몰표를 받은 사람은 그들의 방패가 되어서 보호해 줘야 한다는 말이죠.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건강한 시스템이 망가져요. 종교가 정권을 이용하면 세속주의가 되고 종교로서의 가치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정권이 교회를 이용하면 썩어서 결국 망합니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게 하나님 외 다른 힘에 의지하는 겁니다. 정당은 정당으로서, 위정자는 위정자로서, 교회는 교회로서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 협력하고 각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게 ‘정교분리’입니다.”

―진짜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양극화가 극심하고요.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이 임계점에 다다른 수준입니다. 이걸 좀 누그러뜨릴 방법은 없을까요.

“시대적인 것과 구조적인 게 있습니다. 시대적으로 우린 지금 ‘오징어게임’ 같은 시대에 살고 있어요. 사람은 많은데 먹을 파이는 적어졌고, 그래서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살길이 없는 세상이 되었죠. 예전엔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의 역할이 있어서 서로 건전하게 비판하고 대안 세력으로 경쟁하며 수권 정당으로 성장했는데 요즘은 온통 태클만 걸어요. 상대를 못 하게 하고 짓밟아야 하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죠. 그리고 구조적으로는 승자 독식의 대통령중심제 같은 제도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초래합니다. 선거에서 0.1%만 이겨도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가니까요. 이런 구조가 지금 우리 사회에 맞는지 그걸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 여당과 야당에도 방법을 조언한다면요.

“정부 여당과 야당도 마찬가지예요. 야당도 나름대로는 억울하고 섭섭한 게 있을 거예요. 그래도 법 집행에선 우리 사법부를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탄핵의 강을 건너라, 중도와 함께 대안 세력으로서 수권 정당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봐요. 제가 속한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PCK)의 신학적 입장을 말하자면 ‘중심에 서는 신학’입니다. 중심에 서서 좌우의 장점을 끌어안고 단점과 토의하며 합리적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이 점에서 극단적 좌우가 이끄는 사회 즉, ‘아령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중도가 아령의 손잡이처럼 작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언젠가는 부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령을 녹여 중심을 잘 잡고 도는 ‘팽이 사회’, 즉 합리적 중도 세력이 이 사회를 이끌어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계엄 1년,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혼란 끝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6개월입니다. 대통령의 지난 6개월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회 통합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 건가요.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아요.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나, 공무원 내란 조사 태스크포스(TF) 설치 등에서 보이듯 나를 지지하고 따르는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는 없잖아요. 갑자기 진보적인 가치를 포기할 수도 없고요. 그게 딜레마인 거죠. 그러나 어느 한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니 때론 우클릭도 해야겠죠. 그래서 이걸 정의구현이라고 보는 사람들과 방탄이라고 보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어요.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일을 할 때는 언어의 온도가 좀 있었으면 해요. 따뜻한 언어와 빛으로 어두운 구석에 숨은 것들을 비춰야 합니다. 밝혀낸 다음에는 용서를 선언하는 게 통합이죠. 그런데 내란 조사 TF가 뭡니까. 공무원들 사기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어요. 게다가 지금 일하다가는 다음 정권에서 또 반대로 당할지 모른다는 복지부동의 마음이 생겨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 줄 세우기는 그만하자, 국가를 미래로 이끌고 통합하기 위해서는 내 것을 내려놓는 정치가 요구됩니다. 그래서 내란 조사 대신 국가 시스템 정상화 위원회라고 하면 어떨까요.”

―오늘로 비상계엄이 선포·해제된 지도 벌써 1년입니다. 지난 1년간 사회에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꼭 1년 전 선포된 계엄은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고 국회는 즉시 새벽에 긴급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를 결의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안게 됐습니다. 정치의 양극화가 전에 없던 수준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대통령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확인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성직자로서 계엄 후 1년에 대한 정치적·역사적 평가를 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시각에서 돌아볼 시사점들이 있습니다. 어느 정당, 어느 권력도 하나님과 정의, 헌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이를 벗어난 세력 앞에서는 정의의 나팔을 불고 복음의 깃발을 흔들어야 합니다. 특정 정치집단을 메시아화하거나 내 이념과 다른 집단을 악마화해서도 안 됩니다. 상처 난 사회를 치유·통합하고 국민을 희망과 미래의 역사로 이끌어야 합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새겨진 표어를 기억합니다.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탈종교의 시대’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기독교적 철학에 근거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피즘(자국 우선주의)은 어떻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동성애, 낙태 이슈 등 기독교적 가치에서 미국 복음주의와 기조를 같이합니다. 그래서 미국 보수 복음주의 교단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자국 우선주의는 반기독교적, 미국 이기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무너뜨리고 고립주의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기독교적 가치에서 벗어난 판단입니다. 마가(MAGA)가 아니라 세계인류의 안녕과 번영, 약자 돌봄이어야 합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이 기독교 본래의 정신을 깨닫기를 기도합니다.”

―양극화뿐 아니라 세대 간 갈등도 심각합니다. 남녀 성 대결도 심상치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요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라고 하는데 요즘엔 M과 Z세대도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신입사원들에게 상사가 일을 지시하면 신입사원들이 ‘이걸요? 제가요? 왜요?’ 한다는 것 아닙니까. 세대 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은 미래의 무한한 세상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올해가 한국 교회 선교 140주년이었다고요. 올 한 해 평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올해 초부터 나부터포럼의 주제는 ‘내일의 눈으로 140년을 보다’였습니다. 한국 교회가 가야 할 미래의 목표 지점에서 오히려 돌이켜보며, 지나온 140년을 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위기입니다. 교인이 적어집니다. 탈종교의 시대입니다. 이게 복음의 실패일까요? 저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세상 속으로 더 들어가서 소금이 되고 빛이 되는 역할을 교회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선교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땅바닥에 떨어지면 이젠 튕겨 올라오는 길밖에 없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삽니다.”

■ 수험생·학부모에 보내는 응원메시지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공감능력… 세상 바꾸는 건 성적과 상관 없어”

“먼저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부모가 밤을 지새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자신들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 그리고 오지선다형 암기 교육…이 중에 세상살이에 필요한 게 과연 몇 가지나 됩니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누구든지 잘하는 게 있어요. 그걸 키워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내 아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빚어서 내 계획대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요.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두 번째는 수능시험이 인생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죠. 대학에 떨어진 친구가 회개하고 돌아와 세상을 바꾸기도 하잖아요. 제가 어릴 때는 정치를 하려면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야 했는데요. 제가 육사에 가려다가 떨어졌어요. 신체검사에서 낙방했는데 이런 작은 키에 육군에 가봤자 중령까지나 진급했을까 싶어요. 하하. 그리고 탈락 후에 다시 보니 어릴 적 목사가 되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게 생각나더라고요. 아, 나는 목사가 될 사람이구나, 그렇게 해서 목회자가 됐어요. 그런데 보세요. 지금은 교회에서 대통령도 못 하는 일을 하잖아요. 대통령은 5년 하지만 저는 40년 가까이 목사예요.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게 육사 시험에서 떨어진 겁니다. 하하. 아이들에게 멀리 넓게 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공감의 능력을 키워줬으면 해요. 품성과 덕성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정말 좋겠어요.”

■ 류 원로목사는

한교총 회장때 집짓기 봉사 ‘나부터포럼’ 대표 맡으면서 목회활동 새로운 미래 모색

류영모 원로목사는 기독교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맨손으로 개척교회를 일궈 대규모로 키웠고, 그렇게 어렵게 키운 교회를 자녀에게 세습하지 않고 위원회를 통해 선발한 후임 목사에게 평화적으로 넘겨줬다. 류 목사의 말처럼 교단의 율법에 따라 자녀에게 세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일부 대형 교회들이 담임목사 지위를 종종 아들에게 물려주는 일이 있어 크게 비교된다. 류 목사는 2022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내면서는 사랑의 집짓기 같은 종교를 초월하는 사회봉사 활동에 매진했다. 그해 경북 울진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로 지역 주민들이 집을 송두리째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발 벗고 달려가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교회’의 역할을 몸소 실천했다. 이때 류 목사 측이 지어준 집만 무려 60채에 이른다. 같은 해 여름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 물난리가 났을 때도, 서울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현장을 지키며 고통을 나눴다.

지난해 말, 한소망교회 위임목사에서 물러난 뒤에는 미련 없이 은퇴했다. 그리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부터포럼’이라는 종교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는 인공지능(AI)을 종교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1954년 출생한 류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리젠트대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서울서노회에 처음 목사로 임직했고, 1991년 경기 파주에 한소망교회를 개척해 설립했다. CBS 재단이사장, 국민문화재단 이사, 나사렛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꿈대로 되는 교회’(1999), ‘아! 대한민국’(2013), ‘느헤미야 다시는 무너지지 말자’(2019) 등 40여 권이 있다.

■ 한소망교회는…

류영모 원로목사는 1991년 6월부터 한소망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사역을 시작했다. 위임 당시 한소망교회는 지역의 자그마한 교회에 불과했다. 류 목사 외엔 개척 멤버가 없었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다. 예배할 공간도 변변치 않아서 맨땅에서 맨몸으로 뛰다시피 했다. 그러나 2020년, 창립 29년 만에 재적교인 1만4000여 명의 큰 교회로 발돋움했다.

김인구 기자, 박동미 기자
김인구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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