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환율과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환율은 지난 한 달간 1450원을 웃돌고,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2.4% 올랐다. 특히,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는 지난달에 2.9%나 올라 지난해 7월(3.0%)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11월 소비자물가가 고환율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오르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라 2.4% 상승했다고 진단하면서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장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고, 내년 이후 고환율에 의한 물가 압력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 예상된다.

2022년 중반부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이후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26일 기준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우리나라의 2.50%보다 높다. 이러한 금리 차이가 자본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달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수출의 활황으로 경상수지가 흑자임에도 환율이 상승하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비상계엄 이후 급속히 위축된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과 저금리 통화정책이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했고, 이러한 정책이 원화 가치 하락을 촉진해 환율도 오르고 물가도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년간 한국의 통화량증가율은 8.6%로 미국 4.7%의 2배에 가깝다. 거시경제학에서 잘 알려진 화폐수량방정식(MV=PY)에 따르면,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하거나 산출량이 증가하거나 화폐유통속도가 하락해야 한다. 이 방정식은 통화량(M)과 화폐유통속도(V)의 곱이 물가(P)와 생산량(Y)의 곱과 같다는 항등식이다. 그런데 화폐유통속도는 단기에 안정적이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수준으로 예상되므로 통화량의 증가율이 대부분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정치권에서도 고환율·고물가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 차원의 대책 논의를 예고할 만큼 상황을 중대하게 본다. 정부 또한 물가안정 대책으로 설탕·커피 등 식품 원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을 줄이는 ‘용량 꼼수’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그렇지만 이런 단기적 대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생산성 제고와 노동시장 개혁 없이 고물가·고환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긴 어렵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경제에서 재정과 통화로 수요만 자극하면 성장보다 물가가 먼저 반응하며 지금과 같은 불안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교육·규제 개혁을 통해 혁신과 투자가 일어나는 토양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된 성장 경로를 확보해야 궁극적으로 환율과 물가도 안정된다. 복지정책도 취약계층을 위한 난방비·생필품에 대한 한시적 지원과 함께 고금리·고물가로 이중고를 겪는 자영업자에게 이자 부담 경감과 재기 프로그램을 묶어 제공하는 것이 단순 현금 지원보다 효율적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물가와 고환율의 이중고는 과거의 선택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경제의 체질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단단하게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고환율·고물가 위기가 우리나라 경제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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