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환율 상관계수 분석하니
최근 ‘상품’보다 소득수지 더 커
벌어들인 돈 해외로 다시 투자
전문가 “국내투자 활성화 해야”
역대 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현상은 상품수지와 환율과의 관계보다 해외 투자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또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해외 투자 소득 비중이 높아지는 경제 구조로 전환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대외 투자에 따른 달러 유입을 통해 환율도 평형점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3일 글로벌 금융 데이터 분석 기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등이 한국은행의 경상수지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경상수지에서 대부분을 차지했던 상품수지와 환율의 상관계수는 0.04였으나 2016년부터 2025년까지는 -0.36%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소득수지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환율과 0.03의 상관계수를 보였으나 2016년 이후 계수는 0.63로 나타났다. 이는 상품수지와 환율과의 연관성은 줄어들고 소득수지와 연관성은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상품수지 연관성이 컸던 과거엔 통상 원화가 약세이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높아진 수출로 상품수지 흑자가 커지면 달러가 들어와 다시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던 흐름이 있었다. 그러나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액보다 더 컸던 최근 10년 간 소득수지가 커지면 환율이 올라가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도 번 돈의 상당 부분이 다시 해외로 투자되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해외 투자가 높아진 것은 과거 일본이 밟았던 길이기도 하다. 한국은 상품수지, 경상수지, 소득수지 모두 흑자이지만 소득수지 흑자는 최근에야 본격화한 상황이다. 일본은 그 단계를 거쳐 성숙 채권국 단계로 진입해 상품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더 커 상품수지 적자를 상쇄하고 있다.
한국도 생산인구 감소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축소되고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 배당과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로 전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환율은 절상이 아닌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최근 국민연금의 환헤지 필요성을 설명하며 “(국민연금이) 해외로 돈을 많이 가져갈 때는 원화 가치 절하, 가지고 들어올 때는 절상이 발생한다”며 “연금 지급을 위해 해외 자산을 들여와 지급할 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가 수익을 창출하며 안정적인 자산 흐름으로 돌아오기까지 과도기에서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수지가 성숙 채권국에 진입하면 환율 역시 새로운 선에서 균형을 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대신 해외 투자가 증가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하고 노동 소득이 줄어드는 등의 국내 경제 위축 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결국 한국 경제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세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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