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학교수 10명 진단
“사법·검찰개혁, 법적 안정성 위협
점진적 추진으로 혼란 최소화를”
“사법체계 혼란 등 어려움 계속
비상계엄의 후유증 너무나 커”
추가특검·내란재판부 반대 한뜻
3일로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에게 한국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물은 결과, 법치주의가 약화했다는 진단이 주를 이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등의 이유로 탄핵되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새롭게 들어선 이재명 정부의 검찰 및 사법개혁 강공 드라이브가 또 다른 법치주의 훼손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반대 관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법치주의 회복의 걸림돌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계엄 1년, 법치주의 약화” = 문화일보가 3일 보수·진보 성향을 망라해 전국 로스쿨 교수 10명에게 ‘계엄 사태 이후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진보했느냐’는 질문에 7명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여권의 계엄 청산 작업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다. 신봉기 경북대 교수는 “헌법 자체가 존중받지 못하고 종잇장에 불과한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선출 권력 우위론’이라는 위헌적 생각으로 사법부 독립성을 와해하고 있다”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법치주의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검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판결을 통한 엄정한 처벌도 요원해 보여서 법치주의가 회복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국헌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조재현 동아대 교수는 “전 정부에서 자의적으로 이뤄졌던 국정 운영이 새 정부에서는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형사사법 체계가 혼란을 겪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어 계엄의 후유증이 너무나 크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검찰·사법개혁 드라이브에 우려 목소리 = ‘민주당의 사법·검찰 구조 개편 노력이 헌정 질서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9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시스템을 과격하게 훼손하는 것은 여당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역사의 평가를 받을 때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조재현 교수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도로 점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면 좋을 텐데, 정치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인지 (개혁안을) 내뱉고 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임지봉 교수는 “검찰개혁과 법원개혁까지 마무리돼야 넓은 의미의 내란 종식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추가 특검’ 압도적 반대 = 민주당이 검토 중인 ‘종합·추가 특검’에 대해선 10명 중 9명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봉기 교수는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다고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 끌고 가겠다는 발상은 특검 제도의 입법·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정치적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교수는 “3대 특검이 수사를 못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털었는데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생범죄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국민들이 볼 피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했다.
임지봉 교수는 “주요 내란 종사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어려워 수사가 동력을 잃었던 게 사실”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채상병특검 이외의 특검들에 대해서는 수사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들어온 군인들
◇공직자 ‘내란 몰이’ 부작용 우려 =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각 부처 공직자의 내란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10명 중 8명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환 교수는 “발본색원하겠다는 게 정치적 성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영수 명예교수도 “빅브러더 시대를 열겠다는 말과 다름없어서 역풍이 굉장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헌법존중 TF는 헌법파괴TF나 다름없다”며 “영장 없이는 핸드폰을 열람할 수 없는데 제출 안 하면 대기발령 내고 징계하겠다고 협박하는 교묘하고 잔혹한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법학교수회장을 맡은 최봉경 서울대 교수는 “계속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개혁은 모든 국민의 뜻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제’와 ‘정치 회복’ 주문 = 최봉경 교수는 “법은 공존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한쪽으로 죽이려고 하면 안 되며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환 교수는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압도할 수 없고, 두 가치는 수레의 양 바퀴처럼 굴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진아 교수는 “총칼보다 연성독재가 더 무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군찬 기자, 황혜진 기자, 이후민 기자, 최영서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2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