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문학의 세계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해외에서는 한국 책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출판학회가 지난달 28일 개최한 제48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박세현 팬덤북스 대표(한국만화웹툰평론가협회장)는 한국 문학 저작권 수출 현황과 글로벌 시장 데이터를 공개하며 국내의 들뜬 분위기와는 상반된 실태를 지적했다.

박 대표는 “노벨상 효과로 국내에서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2% 증가하며 호황을 맞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지표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한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드라마·웹툰 등 다른 K-콘텐츠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한국 출판물의 인기 증가폭은 최근 5년간 급격히 둔화됐다.

특히, 2024년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률 조사에서 출판물은 최하위권을 기록해,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부진의 원인으로 웹툰·웹소설과 같은 강력한 IP 확장 플랫폼의 부재, 국가·권역별로 세분화되지 못한 장르 포지셔닝 실패를 지목했다.

해외 독자들은 추상적 ‘순문학’보다 업마켓 픽션(Upmarket Fiction) 등 장르적 정체성이 뚜렷한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장르 전문화와 미디어 믹스 전략 없이는 현재의 정체기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고조된 기대감 속에서 오히려 K-북의 성장 둔화라는 냉정한 통계를 근거로 위기 요인을 진단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박혜지 도서출판 혜지원 편집장은 ‘번역·편집 현지화 전략’을 통해 문화적 현지화(Localization)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책의 ’시바견 역사‘를 한국판에서 ’진돗개 역사‘로 바꾸려 했으나 저작권자 동의를 얻지 못해 계약이 무산된 사례를 소개하며, “언어 번역을 넘어 문화적 맥락을 현지 독자의 감수성에 맞춰 조정하는 세심함이 없다면 수출은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미 글로벌이민통합연구소 소장은 전문인력 양성모델 발표에서 인적 인프라 붕괴를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들었다. 그는 “현재의 K-문학 성과는 체계가 만든 결과가 아니라 우연히 등장한 걸출한 개인(작가)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라며, 번역가 개인에게 모든 부담이 집중되는 현 체제를 벗어나 기획–저작권–마케팅을 아우르는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출판학회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가 “한강 신드롬이라는 호재에 취해 자칫 놓칠 수 있는 성장 둔화를 정면으로 직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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