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정부가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방어한다며 잇달아 무리수를 동원해 논란이다. 국내 달러화를 늘리려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억제하더니, 서학개미의 외국 주식 투자를 탓하고, 수출기업에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라고 압박까지 한다. 지난달 30일 외환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을 정기 점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외화 규모, 원화 환전 실적, 해외증권 투자 내역 등의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출토록 요구한 것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의 해외투자를 종용한다며 마케팅 활동 등을 통제하겠다고도 했다.
대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내년부터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달러화 유출이 바로 환율의 불안 요인이다. 기업들이 열심히 수출해 번 달러화를 향후 지출에 대비해 비축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잘하는 일이다. 달러화를 안 판다고 제재하지는 않는다지만, 기업들로선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명백한 기업 경영 침해이기도 하다.
고환율은 구조적이다. 달러화 부족의 근원은 저성장이다. 사상 최대인 시중 통화량도 고환율을 부추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M2(광의 통화) 기준 9월 통화량은 4430조5000억 원을 기록해 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중에 통화량이 너무 많으면 해외투자, 국내 부동산 과열 등을 불러 원화 값 하락(환율 상승), 집값 상승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또 시장 금리를 올려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등 전방위적인 폐해를 초래한다. 내년 예산도 727조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정부의 재정 확대는 시중 통화량을 더 늘려 문제들을 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심성 돈 풀기가 피할 수 없는 딜레마다.
정부가 고환율을 놓고 투자자·증권사·수출기업을 탓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달러화를 팔면 통화량은 더 는다. 국민의 노후 자금줄인 국민연금을 끌어들이는 것도 수익성 저하 등 여파가 우려된다. 대책의 효과도 보이지 않는다. 달러화를 늘리려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해 저성장을 돌파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빗나간 대책이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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