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통령실 김남국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보낸 인사 청탁 문자가 뉴스핌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법 계엄 1주년을 맞아 내란 몰이에 열을 올리던 대통령과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남국은 제21대 국회 때 법사위에서 활동 중 가상화폐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이 이해충돌로 판단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로부터 제명 권고를 받았다. 제22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못하고 위성정당을 통해 우회적으로 민주당에 복귀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가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직에 인사 청탁하는 문 의원의 문자에 대한 답신에서다. 뛰어난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특정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라면 공식 절차를 거쳐 지원하면 될 일이다. 공직이나 공공기관의 장 자리는 공식적으로 후보 접수와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쳐 인사추천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복수의 최종 후보자를 인사권자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이번 텔레그램 문자 추천을 인사 추천이라 하지 않고 ‘청탁’이라고 하는 것은, 그 내용도 문제지만 그에 대한 김 비서관의 답변이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KAMA는 자동차 대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전형적 이익집단이다. 설립 초기에는 회원사들의 경영진 중 은퇴하는 고위 인사가 협회장직을 맡아 오다가 2011년부터 산업부 1급 실장이나 차관급 퇴직 공무원 중에서 회장직을 맡았다. 이익집단의 장을 퇴직 공무원이 맡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개 회원사 중에서 회장을 맡고 퇴직 고위공무원은 상근부회장직을 맡아 산업부와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자리를 정치권 인사가 대학 동문이면서 대선 과정에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그 기관의 본부장 출신 인사를 추천한 것이다.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산업협회장 자리도 정치권이 가지려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김 비서관의 응답이다. 김 비서관은 이를 ‘훈식이 형’과 ‘현지 누나’에게 추천하겠다고 대답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지칭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대통령실의 조직 문화가 서로 형, 누나 할 정도로 매우 ‘가족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라고 비서관에 임명했더니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비상식적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공지했다. 내부 직원이 김 비서관임은 자명한데, 뭐가 ‘부정확한 정보’일까. ‘부적절하게 전달’한 것을 이유로 ‘엄중 경고’했다니, 조용히 전달했다면 적절했을까. 12·3 비상계엄 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령에 따라 서울행 계엄 버스에 오른 참모들 중 소장 5명 전원은 중장 진급 인사에서 배제됐고, 근신 징계를 받았던 김상환 육군 법무실장(준장)은 국무총리의 지시로 대령으로 강등됐다. 명령에 따라 서울행 버스를 탄 것으로 경력을 모두 잃은 데 비하면 ‘엄중 경고’는 징계도 아니다. 당장 김 비서관을 해임하는 것만이 공공조직의 인사 원칙에 부합하는 조치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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