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1년과 이재명 대통령 취임 6개월이 겹쳤다. 모든 관심은 계엄 1년에 쏠려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이 대통령의 6개월을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6개월은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다. 대통령 임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임기 초반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다른 시기와 비교할 수 없는 기간이었다. 6개월 동안 계엄과 탄핵이라는 혼란을 극복하고 국가 시스템을 일상으로 되돌려야 했고, 외교 무대에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성과도 있었다. 미국과의 쉽지 않은 ‘밀고 당기기’를 거치며 관세 협상을 타결해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불안한 부분이 더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다. 환율이 급등하는 등 새로운 ‘경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청년 고용지표는 최악을 경신했다는 소식만 들린다. 정부는 코스피 지수가 크게 올랐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대기업조차 비상경영을 계속 입에 올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특히 다층 소득보장 체계 구축을 통한 노후 소득보장의 기틀 마련, 소통과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등이 언급된 연금·노동 개혁 분야는 막연하기 짝이 없다. 연금·노동 개혁이 마주한 현실은 골이 깊어 있는 세대 갈등, 정규직·비정규직의 이해관계 충돌 등이다. 이를 어떻게 돌파해 갈지 큰 원칙조차 언급하지 못한 것은 개혁 완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게 한다.
2026년이 되면 이재명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돌입한다. 이제 더는 전 정부 탓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욱이 지난 2일 국회는 현 정부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편성한 예산을 통과시키고, 주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법안을 대거 통과시켰다. 보건복지 분야를 예로 들면, 지역의사제 도입과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보건복지부 이관 등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를 위한 법안이 통과됐고, 통합돌봄 서비스 구축을 위한 예산이 확보됐다. 오랜 기간 논의됐음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법안들이 장기간 의·정 갈등의 피로감 속에서 비교적 큰 반대 없이 의결됐다. 이제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책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계엄 1년을 맞아 이 대통령과 여당의 메시지는 ‘내란’ 청산에 집중됐다. 이러한 메시지는 전달력이 높고, 선거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청산의 유효기간을 억지로 늘려나가는 것이 맞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8년 전 문재인 정부는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폐 청산을 1년 이상 끌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호재까지 만나 지방선거에서는 유례없는 대승을 거뒀지만, 결국 정권 연장에는 실패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이 허언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동산 정책을 망친 대표적 정부로 낙인 찍혀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