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정치학

 

대만 유사시 자위대 출동 가능

日 총리 발언 후폭풍 일파만파

외교 갈등 넘어 지역안보 영향

 

한국은 외교적·정치적 딜레마

한미일 협력은 中에 抑止 효과

균형 앞세운 동맹 약화는 자해

지금 중국과 일본 사이가 심상치 않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발언한 이후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철회를 요구했다. 총리는 가정적 상황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철회를 거부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일본 여행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내년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 참가를 취소했다. 또한, 민간 선박을 동원한 대만 상륙 훈련 장면이 위성에 포착됐다. 며칠 전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하던 중 강제 퇴장을 당했다. 일본도 방위상을 대만과 110㎞밖에 떨어지지 않은 요나쿠니(與那國) 섬에 파견해 시찰하게 하고, 중거리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살폈다. 상황은 양국 간 외교 갈등을 넘어 지역 안전보장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중일 대립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의 피해자라는 역사적 사실에 뿌리 깊은 원인이 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군사력이 급증한 중국에 대한 인접국의 위협 인식이 있다. 또한, 미중 간 세계적 규모의 대결 구도 속에서 동아시아 하위 질서 개편이라는 구조적 성격도 띠고 있다. 미 의회 연례 보고서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군에 2027년까지 대만 통일 준비를 완료하라고 한 지시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주변 환경 속에서 우리 정부에는 국익과 안보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외교 원칙을 이미 설정한 상태다. 문재인 정권에서 2021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간에 대만을 특정해 공동성명에 담은 것은 처음이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 이 해협이 ‘지역 및 국제 안보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11월 발표된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는 ‘현상의 일방적 변경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대만의 현재 상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국가는 사실상 중국뿐이기 때문에 위 문구를 한국 외교가 채택한 것은 중국의 군사적 통일을 반대하는 국제적 규범을 수용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원칙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국내 정치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첫째, 국내 여론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것이 중국을 견제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둘째, 한국 경제는 2024년도 전체 무역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서 대만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부담스럽게 여긴다. 또한, 국내에서 반일 정서가 쉽게 정치 이슈로 비화하는 반면, 반중 정서는 달라서 정부가 반중 노선을 채택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된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 안보 측면에서 대만 유사시 한반도 및 인·태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이 개입하면 미 전력은 분산된다. 그만큼 한반도 주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커지며, 북한의 도발 위험성도 고조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대만해협은 우리 수출입 물동량의 약 3분의 1,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90% 이상이 통과한다. 해상 봉쇄나 직접 침공이 발생하면 한국은 반도체와 첨단산업 등 무역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대만 주변 해협은 경제 안보에 핵심 통로다.

대만 유사시 미군 개입과 함께 일본의 군사력 개입 가능성이 크면 클수록 중국이 대만 침략을 주저하게 되는 억지(抑止)로 작용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미일 협력 체제 강화를 통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 국익에 매우 긍정적이다.

대만 문제는 한국 외교에 있어 원칙과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과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라는 기존 원칙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북중러 협력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한국의 실질적 안전판은 한미일 협력뿐이다. 중국과 균형을 이유로 동맹 협력을 주저한다면, 한국은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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