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년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구속영장 기각 날짜(3일)가 겹치면서 여권의 사법제도 흔들기가 더 격렬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사법행정 태스크포스는 이날 ‘사법행정 정상화 3법’(법원조직법·변호사법·법관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내란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판·검사 수사 대상 범죄를 직무상 범죄를 넘어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법안(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결같이 위헌성이 심각한,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위험한 방안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 등의 입장을 밝히긴커녕 특별성명 등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와 이른바 2차 종합 특검 등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와중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이 초청한 오찬에 참석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처럼 대법원장은 공개적 입장을 거의 밝히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조 대법원장은 완곡하고 품격 있는 고언(苦言)을 했다. 첫째, “개별 재판의 결론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3심제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충분한 심리와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정당성과 신뢰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제(4심제) 도입의 위헌성과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은 물론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대법관 26명으로의 증원 등이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셋째, “개별 재판부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 및 구속영장 발부 등을 놓고 여당이 일일이 겁박하고, 심지어 자신을 향해 퇴진 요구까지 하는 데 대한 반박 성격이 강하다.
조 대법원장의 지적을 모두 경청할 필요가 있다. 5일엔 전국법원장회의, 8일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선출권력 우위론 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국민도 사법부 독립 수호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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