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부터 ‘스페셜티 D램’
국내 팹리스 업체와 협력
저전력·고성능 모델 주력
대만 기업 의존 벗어나고
中추격 맞서 경쟁력 강화
물량 생산 안정화 기대감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 메모리 팹리스(설계) 업체와 손잡고 저전력 D램 웨이퍼 비즈니스 사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웨이퍼 비즈니스 사업이란 일종의 위탁생산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널리 적용되는 파운드리와 유사한 형태다. 그간 자체적으로 설계한 메모리만 생산하던 종합반도체제조(IDM) 기업 SK하이닉스가 팹리스 업체와 협력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K-메모리 생태계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국내 한 메모리 팹리스 업체와 협력해 이르면 오는 2027년부터 ‘스페셜티 D램’ 생산을 결정하고 세부 품목과 물량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페셜티 D램이란 인공지능(AI) 서버와 스마트폰·PC 등에 주로 쓰이는 범용 D램의 반대 개념으로, 특정 용도나 기능에 특화된 메모리를 말한다. 해당 메모리 팹리스 업체는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기기에 들어가는 저전력 D램(LPDDR)과 멀티칩패키지(MCP) 등을 주력으로 설계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만 이뤄지던 파운드리·팹리스 협력 모델이 메모리 분야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스페셜티 D램 생산 기지로는 중국 우시(無錫) 팹(공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시 팹은 지난 2006년 완공돼 한때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40%를 차지한 핵심 생산 거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중 갈등으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반입이 막히면서 첨단 공정 전환에 제약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국내 메모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팹리스 업체의 위탁생산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에 맞서 대·중견기업 간 협력을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메모리 팹리스 업체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비교해 노후 공정을 사용하는 대만 난야, 파워칩 등 업체에 생산을 맡겨 왔다. 주로 6세대 아래의 3∼5세대 레거시(구형) 메모리가 주력 제품으로, 점진적으로 공정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주로 10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공정으로 생산되는 6세대 제품인 DDR5 등이 주력이지만, 20나노급 공정으로 생산되는 구형 제품 역시 보급형 스마트폰이나 통신 인프라 장비, CCTV 등에 널리 쓰여 여전히 시장이 작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M15X 팹 등 선단 공정에서는 고성능 메모리 생산에 주력하는 한편, 팹리스 위탁생산을 통해 구형 팹의 가동률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메모리 팹리스 업체 역시 대만 위탁생산 의존도를 낮추고, SK하이닉스로부터 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호준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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