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살인적인 집값에

연봉 맞먹는 차값·유지비 부담

 

올 신차 등록 청년 5만4138대

10년전에 비해 약 55%나 줄어

 

차량 공유와 구독 서비스 활발

대중교통망 GTX개통 확대 등

승용차 대체 수단 증가도 한몫

“자동차요? 사야 할 필요성을 딱히 못 느껴요.”

‘부’와 ‘사회적 성취’의 상징으로 꼽혀 온 승용차가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면 자연스레 차를 사서 운전하고 다니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선 자가용이 ‘사치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쏘카 등 공유 자동차 서비스 이용이 활발한 현시점에선 승용차가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오히려 과거에 선망의 대상이었던 고가 수입차를 산 청년들에겐 ‘카푸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청년 다수가 고물가와 집값 급등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1년치 연봉과 맞먹는 차 값과 주기적으로 들어가는 유지비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상에선 ‘원수에겐 집보다 차를 먼저 권하라’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신차 등록 청년, 10년 새 반 토막=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9) 씨는 취업한 지 3년째가 됐지만, 아직 승용차가 없다. 또래 친구들도 모두 차가 없는 ‘뚜벅이’다. 정 씨는 “친구들 중 차 없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차를 가진 친구들은 전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년 새 2030세대가 구매한 신차 대수는 반 토막이 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집계된 10∼20대의 신차 등록 대수는 5만4138대로 2015년(12만556대)에 비해 약 55% 감소했다. 신차 구매 시장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줄었다. 지난 2015년 전체 연령별 자동차 신규 등록 통계에서 20대의 점유율은 7.87%였지만, 올해 10월 기준으로는 4.44%에 불과했다.

30대의 신차 구매 비율 역시 급감했다. 지난 2015년 30대가 등록한 신차는 31만6287대(20.64%)였는데, 올해는 16만7049대(13.56%)로 약 47% 감소했다. 반면 70대의 신차 등록 비율은 2015년 8.72%에서 올해 14.23%로 증가했다.

수입차 신차 등록률도 떨어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20대의 수입차 구매 비중은 4.05%였다. 지난 2021년 5.89%에 달했던 20대의 수입차 구매 비중은 2022년 5.66%, 2023년 4.55%, 2024년 4.56%를 기록했다.

구매 패턴 변화를 감지한 자동차 업계는 2030을 겨냥해 차량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 자본이 비교적 부족한 청년들이 차량을 월 단위로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더해 최근 KG모빌리티(KGM)도 구독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중교통망 확대로 자가용 필요성↓= 승용차를 대체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청년들의 차 구매를 줄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일부 개통되면서,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에 사는 청년들의 서울 출퇴근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과 12월 일부 구간 운행을 시작한 GTX-A의 경우, 경기 화성시 동탄∼수서, 경기 파주시 운정중앙역∼서울역을 연결한다. 두 구간 모두 종점에서 종점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에 불과하다. 파주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 씨는 “출퇴근 시간엔 차가 막혀 서울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GTX 개통 후 굳이 차를 살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오는 2026년 서울역과 수서역을 잇는 공사가 예정대로 마무리될 경우, GTX-A 이용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출퇴근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차가 필요할 땐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안이 된다. 직장인 이모(여·27) 씨는 주말이나 휴일에 가까운 거리로 여행을 갈 때 차량 공유 서비스를 애용한다. 이 씨는 “가끔 차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런 특이한 상황을 위해 차를 사는 것은 낭비라고 느껴진다”며 “차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엔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이틀씩 차를 빌려서 이용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공유차 기업 쏘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령대별 신규 가입 회원 중 20대가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21.5%)까지 합칠 경우 전체 신규 가입자 중 2030세대가 과반을 차지한다.

특히 쏘카의 2025년 상반기 ‘편도’ 서비스 이용 증가율을 보면, 모든 연령대 중에서 20대가 가장 높은 수치(28.5%)를 기록했다. 편도 서비스란 대여지와 다른 곳에 차량을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쏘카 관계자는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 층의 여가 패턴과 전국에 포진한 쏘카존에서 차량을 택시처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편도 서비스 특성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물가·유지비 의식하는 청년들= 청년들은 높은 물가와 살인적인 주거비 때문에 차를 살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홍모(28) 씨는 “밥 한 끼에 1만 원이 넘게 드는 시대에 차를 사는 건 사치”라며 “국산차 가격도 지금 살고 있는 월세 보증금과 비슷한 수준이라 차를 구매하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유지비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부모님으로부터 차를 물려받은 직장인 장모(29) 씨는 “차를 받는 대신 차량 유지비를 직접 부담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 허덕이고 있다”며 “차가 있으면 여행을 많이 다닐 줄 알았는데, 막상 기름값이 부담돼 잘 못 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접 차를 보유하려면 보유세, 유류비, 주차비, 보험료 등을 내야 한다. 보유한 차량의 가격, 운전 습관 등에 의해 유지비는 천차만별이지만, 업계에선 월평균 차량 유지비를 차 값의 1.5% 정도로 산정한다. 3000만 원짜리 차를 살 경우 매월 약 45만 원이 드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자녀가 있는 집에선 상대적으로 자가용이 자주 필요한데,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면서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가정이 있으면 자녀와 함께 장을 보러 가거나 병원에 가야 할 때 차가 필요하지만, 혼자 있을 경우는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라며 “첫 차는 결혼하고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10년 새 매년 증가해 지난해 36.1%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현웅 기자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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