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목엔 1870년 발발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즉 ‘보불전쟁’이 있다. 에스파냐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시작된 갈등에, 프로이센 총리 비스마르크가 여론전을 펼치며 일어난 전쟁이다. 세계대전 직전 유럽에서 발발한 대규모의 전쟁. 200만 명 넘는 병사가 참전해 18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전쟁 이후 프로이센은 통일 독일을 이룩하며 강대국으로 우뚝 선 반면, 프랑스는 유럽 대륙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역사학자로서 20여 년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전쟁의 전말을 충실히 소개하며 왜 세계사·전쟁사의 중요한 분기점인지를 면밀하게 밝힌다. 전략·전술·외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데 특히, 하급장교·병사·시민 등 전쟁에 휩쓸린 주체들의 증언을 활용해 당시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예컨대, 뮌헨 출신 장교가 프랑스 제국 군대에 대한 선전포고를 듣고 흥분하는 장면을 보자. 그는 “전쟁이다! 프랑스와 전쟁!”이라고 환호한다. 또, 비스마르크의 하원 예산위원회 연설은 비장함이 역력하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문제는 연설이나 다수 의결로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문제는 철과 피로써 해결될 것입니다”라며 군사적 대비를 요구했고, 이것이 비극의 서막이 된다.
책은 무엇보다 조르주 상드를 비롯한 당시 여성 작가들의 기록에 남겨진 고통스러운 전쟁 경험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여기에 독일-프랑스 사이 민족주의 갈등이 폭발하고 군국주의가 강화되며 대량파괴무기가 등장하는 등 총력전으로 확대된 흐름이 겹쳐진다. 즉,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20세기 세계대전의 잠재적 원인이면서, 새로운 전쟁 양상의 앞선 예시였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다만, 저자는 이 전쟁이 1차 세계대전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시각엔 동의하지 않는다. 전쟁 후 비스마르크의 외교 정책은 갈등 방지에 목표를 두었고, 프랑스와 독일 모두 서로를 향해 반감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판도를 재편한 19세기 최후의 대전쟁을 생생하게 펼쳐놓은 책은 전쟁 속 인간의 현실을 포착하고, 전쟁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새삼 일깨운다. 704쪽, 4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