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식물은 어느 한 지역에서 생겨나 점차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 이런 이유로 원산지를 따지게 된다. 그런데 인간이 먹는 주요 식재료들은 생장 환경만 맞으면 오늘날에는 어디에서든지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원산지보다 생산지를 더 중요하게 따지기도 한다. 가축의 경우에는 이러한 구분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까지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에서 기른 소와 돼지는 한우와 한돈으로 불리는 것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구분은 원산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품종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우는 누런 빛깔을 띠는 토종소여야 할 듯하고 한돈은 검은색의 흑돼지여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런 구분을 닭에게도 적용하면 조금 애매해진다. 우리 땅에만 있는 고유한 닭 품종이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잘 모른다. 본래 우리 고유의 닭을 가리키는 말은 ‘토종닭’일 텐데 현실에서 토종닭은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집집마다 알과 고기를 얻기 위해 닭을 치기도 하는데 이때는 가축처럼 기른다. 그러나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양계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집에서 기른 닭과 양계장에서 기른 닭이 다른 대접을 받는다. 집에서 자유롭게 놓아먹인 닭은 백숙으로 요리를 해야 할 듯하고 양계장 닭은 프라이드 치킨으로 만들어야 할 듯도 하다.

북녘이나 본래 북녘에서 살다가 중국으로 건너간 이들은 ‘토종닭’ 대신 ‘토닭’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이 또한 대규모 양계장에서 기른 닭이 아니라 시골집에서 기른 닭을 구별하기 위한 말이다. 단어의 구성을 보자면 한자 ‘土(흙 토)’와 고유어 ‘닭’이 합쳐진 것이니 흔한 유형은 아니어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토종닭 혹은 토닭은 말뿐만 아니라 닭 자체가 모두 귀하고 비싸다. 싼값에 많은 닭을 공급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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