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석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에 대한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해 충격을 줬다. 국가원수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북한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은 선교사 3명(김정욱 김국기 최춘길)과 탈북민 3명(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등 최소 6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최종 책임자로서 모든 국민이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 취임 선서에서도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했다. 그런데도 국민의 생명권 침해 상황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대응해야 할 대통령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 수행의 근간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사안은 대통령이 국민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드러낸 중대한 헌법적 결함으로서, 단순한 무지(無知)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 보호’를 사실상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앞장서서 억류된 자국민 송환에 전력을 기울인다. 필요하다면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특사로 보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2018년 5월 미 국무장관이 직접 평양에 들어가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려온 일과 고(故) 오토 웜비어를 고위급 협상으로 끝까지 송환한 사례는 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어떠한 태도로 임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캐나다 역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직접 방북시켜 2년 넘게 억류돼 있던 한국계 임현수 목사를 구출한 바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자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데려온다는 원칙을 지킨다.
이번에 질문한 외신기자는 북한 여행 앱을 개발할 정도로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한국 국민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외신기자도 알고 있는 이 사실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참담함을 넘어 충격이다.
특히, 억류된 국민의 가족들이 이 대통령에게 느낄 충격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들에게 국가는 마지막 희망이자 유일한 버팀목인데,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처음 듣는다’고 한 것은 헌법이 부여한 국민 보호 의무를 사실상 포기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족들이 겪을 절망과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제라도 이 대통령은 각오를 다져야 한다.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보호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직시하고,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고,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그 책임을 끝까지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과 역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억류된 사안을 이 대통령이 어떻게 해결하는지, 어떤 결단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다. 국가원수로서의 책무를 실천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