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김병로와 조희대 비슷한 상황

삼권분립 수호 마지막 버팀목

검찰은 시한부, 야당은 들러리

 

히틀러 독재 1년도 안 돼 완성

헌법 무시하는 與 사법부 공격

이승만 자유당 때보다 더 심각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민주주의를 완전히 끝장내는 데는 실질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나치당이 1932년 7월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된 이후 1933년 1월 히틀러가 총리에 선출되고, 두 달 뒤에는 독재의 입구로 불리는 ‘수권법’이 통과됐다. 6월 말까지 비(非)나치 정당은 반동 세력으로 몰려 해산되고, 나치당만 유일한 합법 정당으로 남았다.

집권 반년을 막 넘긴 이재명 정권에서도 우려할 만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선출 권력 우위론’으로 사법부를 굴복시키려 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한 제도다. 입법권과 행정권을 장악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민심을 무마하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삼권분립이고, 핵심은 사법권 독립이다. 삼권분립의 교과서 ‘법의 정신’에서 몽테스키외는 ‘재판권이 입법권과 행정권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을 때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선출 권력인 입법권과 행정권은 남용되거나 중우(衆愚)정치에 휘둘릴 수 있다고 보고, 비선출 권력인 사법권에 동등한 독립 지위를 부여해 견제토록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법관(6년)과 법관(10년) 임기를 대통령(5년)보다 길게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공정하게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사법의 독립성과 연속성을 지키라는 취지다. 다만, 법원조직법에서 대법관 정년을 70세로 정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8일 임기가 시작된 조희대 대법원장은 임기 6년을 절반가량 채우고 2027년 6월 5일 퇴임하게 된다. 이런 조 대법원장을 향해 집권 세력은 조기 퇴진을 대놓고 요구한다. 지난 5월 1일 이 대통령(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 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내란재판부, 법 왜곡죄,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 압박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한결같이 위헌성이 뚜렷하고,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발상이다.

조 대법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버팀목이다. 국회에서 야당은 들러리일 뿐이다. 행정부의 전문 관료들은 내란 가담자 색출에 숨죽이며 권력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거악(巨惡)과 맞설 검찰은 1년도 생명이 남지 않은 시한부 신세다. 조 대법원장이 버텨야 법관들이 양심과 법리에 따른 재판을 하고, 사법부가 살고 삼권분립도 작동한다. 조 대법원장 어깨에 너무 무거운 돌덩이가 올려져 있지만, 학창시절부터 절친한 인사들은 결코 압박에 굴복할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집권 세력이 조 대법원장 개인 공격보다 사법부 시스템 파괴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조 대법원장의 성품과 처지는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이런저런 압박을 받았지만, 사법권 문제에 관한 한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 진영의 서민호 의원의 무죄 판결과 관련, 가인에게 “도대체 그런 재판이 어딨느냐”고 따졌고, 가인은 “독립된 법관의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라”고 응답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사법부에 ‘헌법’이 한 분 계시지 않느냐, 그 헌법은 잘 계시느냐”며 불편해했다. 또, “재판관들의 무제한 자유권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므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삼권을 분립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입법으로 사법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삼권 서열론’과 흡사하다.

당시 민주당의 조병옥 의원은 “이 대통령 집권 이래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통일을 해왔다고 할 정도로 사법부를 모욕한다”고 비판했다. 지금 인용해도 무리가 없다. 현 집권 세력의 뿌리는 가인과 조 의원에 닿아 있는데, 이승만과 자유당보다 더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법부 구성원이 단결하고 국민이 각성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몽테스키외는 이렇게 경고했다. ‘권력을 쥔 자는 예외 없이 권력을 남용하고, 권력 남용은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독재로 흐른다. 먼 옛날이나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이용식 주필
이용식 주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4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